2030년 운행 전면금지 공약에
경유값 인상ㆍ중고값 하락 우려
소비자들 예약 취소 사례도
업계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 아냐
중국발 미세먼지 해소 우선돼야”
경기 수원의 집에서 서울 서초구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2)씨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차량 교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출퇴근 거리가 30여km인데다 가족과 캠핑을 자주 다니는 생활패턴을 감안, 당초 기아차 카니발을 구입하려고 했다. 김씨는 “10년 이상 차량을 유지하는 성격이라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2030년 경유차 퇴출이 두렵고, 경유값 인상도 부담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도 높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발표되고 있어 경유차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평소 경유차 구매를 희망하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기존 차주들도 혹시 모를 경유차 관련 규제책이 발표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완성차 업체 대리점에 연일 경유차량을 구매해도 되겠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지비와 차량 중고가 하락을 우려해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있다”며 “최근 많이 판매되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주력 모델이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미세먼지 30%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장기 계획에 따라 개인용 경유차를 퇴출시킨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2025년 경유차 판매 금지에 나선 노르웨이보다도 급진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미세먼지 주범은 경유차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경유차 퇴출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선 중국발 미세먼지 해소가 우선이란 주장이다. 환경부 조사에서도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 비중이 많게는 86%까지 해당되는데 경유차 발생 미세먼지는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0%대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유값을 인상해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발상도 당장 실행에 옮기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는 휘발유값의 85% 수준인 경유가격을 인상하려고 했으나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조차도 반대해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실제 신차 중 경유차 판매 비중이 절반(지난해 47.9%)을 차지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경유차 소비자들, 생계형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판매중인 차량 대부분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해 환경성이 우수한 편”이라며 “이전 정부가 장려했던 친환경 디젤엔진 정책을 바로 중단시키기 보다는 전기차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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