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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에 부담 될라” 먼저 짐 싼 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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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에 부담 될라” 먼저 짐 싼 측근

입력
2017.05.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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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前 비서관 말 묵묵히 듣던

文대통령 눈가 젖어

정치입문 이끌며 조력자 역할

작년 히말라야 트레킹도 동행

“文정부 초반 안착 위해 대통령의 읍참마속” 평가도

지난해 6월 네팔 트레킹을 떠났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재형 PD 제공.
지난해 6월 네팔 트레킹을 떠났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재형 PD 제공.

“대통령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짐을 질 준비가 돼 있다.”

16일 백의종군을 선언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대선 기간 선거대책위원회 주변 인사들에게 자주 한 말이다. 당 안팎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아니냐’는 평가를 의식한 토로였다.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양 전 비서관이 주군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든 계기였다.

문 대통령과 만찬서 백의종군 선언

양 전 비서관은 전날 청와대 관저에서 1시간 40분 동안 가진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이러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초기 국정개혁과 운영이 중요한 상황에서 양비(양 전 비서관의 줄임말)가 어떤 역할이든지 맡아서 도와주길 바랐다”면서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이 자신이 청와대에 등용되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완강했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문 대통령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양 전 비서관의 충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떠나야 하는 측근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만찬 이후 선대위 비서실 관계자들과의 술자리 도중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비행기 표를 끊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백의종군을 생각해 왔고, 가족의 동의를 받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술자리에 동석한 한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은 홀가분해 보였지만 문 대통령과의 여러 기억들과 회한도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을 기획하고 집필을 도맡은 이후 전국 순회 ‘북 콘서트’의 흥행을 이끌며 문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이끌었다. 이번 대선 출마를 앞두고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이 네팔 등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때에도 양 전 비서관이 동행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정권 안착’ 위해 예견된 2선 후퇴

양 전 비서관을 포함한 문 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2선 후퇴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치 입문 이후 2012년 대선후보와 2015년 당 대표를 거치는 동안 당 안팎의 경쟁 상대로부터 ‘측근정치’,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번 대선에서 당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상대 공세의 대상이었던 ‘반문정서’의 한 축에도 측근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대통합 인사’, ‘대탕평 인사’를 누누이 강조해 왔다. 신임 청와대 대변인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인사인 박수현 전 의원을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측근들이 만들어 준 인사 숨통을 당내 경쟁자 측 인사나 외부 인사 영입 등을 통해 채우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기간 매머드 선대위와 싱크탱크를 꾸리면서 당선을 도운 인사들이 많았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 요인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친문계의 대표적 인사이자 선대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노영민 전 의원이 청와대에 등용되지 않고 주중 대사에 내정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을 가까이 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또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양 전 비서관과 함께 ‘삼철’(양 전 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일원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선거 다음날 “제가 할 일은 다 한 듯 하다”며 출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선 문 대통령의 취임 초반 정권의 안착을 위해서도 측근에 대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던 김경수 의원과 송인배,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최소한의 인원은 청와대 안팎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이 정비될 때까지 도운 다음, 국회로 돌아가 대통령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비서관과 윤 전 비서관은 각각 청와대 제1 부속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지난해 6월 네팔 트레킹 중 잠시 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재형 PD 제공.
지난해 6월 네팔 트레킹 중 잠시 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재형 P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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