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거리를 급속히 좁혀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가능성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대북 접근에 반대하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민간 연구소 역시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대북 접근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를 부정하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한국 대통령과 애기를 나눌 것이며, 나로서는 그 이상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언급은 백악관이 동맹국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해당 국가의 주권사항’이라고 밝혀온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상황’에서만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맞물려, 새로운 한국 정부가 이전 정권 대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적극적 견제로 해석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으며,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틸러슨 장관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단호한 자세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일간 대북 공조를 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권고 아래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고 메시지 성격도 갖는다.
미국의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대북 대화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낮춘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 신중한 행보를 조언했다. 차 석좌는 이날 내놓은 논평에서 “CSIS가 역대 북한의 도발 일지를 분석한 결과,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중단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역사적으로 포용 정책을 편 기간과 북한 정권의 군사 도발 자제는 중요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꾸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추구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이 그들의 안보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깨려는 데에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차 석좌는 한국 대선 기간 중에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