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 내다본 계획 ‘원점 재검토’ 안돼
ICTㆍ금융산업 등 계승ㆍ발전 필요
문재인 정부는 단지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흔적 지우기’의 대상으로 삼는 관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중 새 정부가 계승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정권과 상관없이 이어져야 할 정책으로 첫 손에 꼽은 것은 미래 먹거리 관련 정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2월 수립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통해 장기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원장은 “ICT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20~30년을 내다보고 이번 정권만이 아니라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더라도 이어져야 할 장기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창조경제’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혁신 창업국가’의 기치를 내건 새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해 벤처, 창업기업 육성을 이끌 계획을 세운 만큼 ‘창조경제’의 벤처 육성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각 센터 별 투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기업이 따로 있어 이를 폐기할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넘어갈 수 있어 이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적폐는 해소해야겠지만, 창조경제의 벤처 육성과 같은 정책은 옥석 가리기를 해 살릴 부분은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금융산업 발전 정책 중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디지털 금융 육성 정책 등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또 퇴직연금 시장을 강화하고 신탁법을 마련하는 등 국민들의 은퇴 이후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자산관리시장 발전 방안도 고령화ㆍ저출산에 따른 급속한 인구구조에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계승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소비자 보호에 맞춰져 있지만 산업 발전 문제도 신경 써 줬으면 한다”면서 “금융개혁이라는 용어는 그대로 쓰지 않더라도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이었던 ‘동북아 금융허브’처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ㆍ보험연구실장은 “급격한 고령화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탁업 등 자산관리 정책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와 상관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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