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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일자리 우선’에 은행권 인력 감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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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일자리 우선’에 은행권 인력 감축 딜레마

입력
2017.05.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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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ㆍ비대면 거래 대중화 따라

작년 은행권 직원 2248명 줄여

창구 등 오프라인 거래 15% 불과

은행들, 지점 및 인력 감축 불가피

새 정부 정책 방향과는 엇박자

당국 “은행과 협의 채널 마련”

정부 정책과의 접점 찾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모바일ㆍ비(非)대면 거래 대중화’로 이미 대세가 된 은행권의 인력감축 기조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금융업의 특성상 정부가 밀어붙이는 고용 확대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도 어렵다. 금융 당국도 이 같은 딜레마를 인정하며 합리적인 절충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임직원 수는 작년말 기준 11만4,775명으로 전년 말(11만7,023명)보다 2,248명이나 줄었다. 2010년 2,372명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지난 1월 국민은행에서만 2,795명이 희망퇴직하는 등 인력 감소 규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영업점 수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은행 영업점 수는 7,103곳으로 전년 말보다 175곳 줄었다. 200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비대면 거래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비율은 80.6%를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대규모 지점과 인력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126개 지점을 25개로 줄이겠다는 씨티은행의 계획에서 보듯 시중은행들은 향후 지점 및 인력 감축을 불가피한 방향으로 보고 있다. 1,000개 가까운 지점망을 보유한 한 금융지주도 내부적으로는 점포를 300개 수준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볼 정도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정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부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약에는 ▦1,000인 이상 민간 대기업의 청년 5% 이상 의무 채용 ▦희망퇴직남용방지법 제정 등도 포함돼 있다. 그간 희망퇴직 시 위로금 명목의 ‘뭉칫돈’으로 감원 반발을 무마해 오던 은행들도 급제동이 걸릴 판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올해 채용계획 발표를 미룬 채 눈치를 살피고 있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은 아직 채용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정도가 상반기 일반직이 아닌 입출금 창구업무 직원을 뽑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대부분 은행들이 수년 전부터 신규 채용 인원을 축소하고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유지해 온 상황에서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 당국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거스르기도 어렵고, 경영상 비용합리화라는 은행권의 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어 당국으로서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기존 인력의 합리적 재배치를 유도하면서 정부 정책과의 접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고용문제를 논의할 은행권과의 협의 채널을 만들어 한 차례 모임을 가진 상태”라며 “정부 정책을 보면서 구체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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