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사진 넣은 생활 소품 팔아
루게릭병원 건립기금 모으는
‘희망일출팀’ 소백산 산행에
발달장애인들 뜻깊은 ‘동행’
“아직 어두우니 발 디딜 때 조심하세요.”
‘청년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소백산 희망일출팀’이 13일 오전 3시 소백산국립공원 연화봉대피소를 출발해 산행을 시작했다. 연화봉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 밤 대피소에 도착한 성남 한마음복지관 발달장애인 15명과 그 가족 등 54명은 산행 약 2시간 후 연화봉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린 건 일출이 아닌 자욱한 안개였다. 산행을 이끈 강희갑 희망일출팀 대장은 “야간 안전사고 예방 때문에 입산시간을 통제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행사라고 하니 흔쾌히 빗장을 풀었는데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1월부터 루게릭병 전문병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일출산행을 하고 있는 희망일출팀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특별한 산행을 진행했다. 전국의 산악형 국립공원을 돌며 직접 찍은 일출사진 등을 휴대폰 케이스와 같은 생활소품에 새긴 제품을 판매해 루게릭병 전문병원 건립비용을 마련하는 본래 활동에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산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봉사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한 이번 산행은 지난 2월 설악산에 오를 당시 희망일출팀 김성재 회원의 발달장애 1급 아들 동현군이 힘들어하면서도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을 본 팀원들이 뜻을 모으며 시작됐다. 이후 희망일출팀은 동현군이 다니는 성남 한마음복지관에 공식으로 산행을 제안했고, 복지관도 동참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적극 협조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국립공원 일출산행이 시작됐다. 팀원들은 발달장애인들의 산행이라는 특성상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해 사전교육까지 진행했지만 산행 도중 몇몇은 힘들다며 막무가내로 돌아가겠다고 억지를 부려 애를 먹기도 했다.
소백산에서 내려온 참가자들은 영주시민과 함께하는 ‘원코리아 사랑과 희망의 씨앗 나눔’ 행사에 참여해 영주시 다문화가정과 장애인들이 교류하는 행사도 가졌다.
서우성 희망아트 대표는 “발달장애인과 가족 등 산행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아 당초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하려던 행사는 가을부터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희망일출팀은 발달장애인 산행과 별도로 루게릭병 전문병원 건립기금 모금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대표는 “희망일출팀은 팀원들이 찍은 사진을 새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희망아트를 설립했다”며 “현재 회사 정관에 따라 수익금의 3분의 2 이상을 루게릭병 전문병원 건립비용에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희망일출 산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 (www.facebook.com/groups/exhibitionforhope)를 통해 사전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산행 인원도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