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대구한국일보 효콘서트가 2시와 6시 2회 공연 모두 매진을 기록해 5,000여석을 꽉 채운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7회째를 맞는 대구한국일보 효콘서트는 올해도 변함없이 메인 가수들의 공연 외에도 다채로운 래퍼토리로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공연의 첫 순서는 영상편지였다. 이는 대구한국일보 효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이벤트로 자녀들이 무대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러 온 부모에게 깜작 인사를 전하는 순서다. 올해는 김명미 TBC 앵커를 비롯해 은동엽 따뜻한속내과 원장, 자동차정비업을 하고 있는 김삼석 씨 등 다양한 이들이 나와 부모님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인혜 늘솜에스테틱 원장이 영상 인사에서 “엄마!”하고 부른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인사의 말을 전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훔쳤다. 경주에서 고향 친구들과 함께 관람하러 온 이지윤(67)씨는 “공연을 보기도 전에 벌써 감동이었다”면서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코끝이 짠했다”고 말했다.
첫 무대는 지역 어린이 합창단인 리틀하모니와 성인 남녀로 구성된 우분투, 힐스콰이어 합창단의 콜라보 공연이었다. 어린이들이 청량한 목소리로 ‘내가 만일’을 불러 공연의 시작을 알렸고, 성인 합창단이 ‘비 내리는 고모령’ 등 귀에 익숙한 가요를 합창으로 부른 뒤 어린이들이 ‘오빠생각’, ‘퐁당퐁당’, ‘앞으로’ 등의 노래로 마무리하며 우뢰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시계바늘’, ‘잠자는 공주’, ’꽃물’ 등의 히트곡으로 ‘트로트계의 엑소’로 통하는 신유의 무대가 이어졌다. 언필칭 황태자답게 어머니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서 짧지만 강렬한 공연을 펼쳤다. 폭풍 같은 공연이 있은 후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개그맨 오동광, 오동피의 개그 공연이 이어졌다. 70년대 극장의 스탠딩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개그로 어르신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대구 동구에서 온 김영복(55)씨는 “낯선 분들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기 개그맨 못잖은 실력”이라면서 “신유, 주현미 보러 왔다가 뜻밖의 재미 하나를 얻어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동광, 오동피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국악연주팀 ‘여음’이 무대에 나섰다. ‘여음’은 2000년대 초반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국악인들이 모여 만든 팀으로 유럽과 아시아 중소도시를 돌며 연주하는가하면 동성로 나이트 클럽과 길거리 버스킹 공연까지 감행하는 등 화재를 몰고 다녔다. 이날 공연서는 우리 귀에 익숙한 민요와 창작곡을 번갈아 연주해 우리 음악의 깊은 매력을 선사했다.
이어 등장한 주현미는 말 그대로 트로트 여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 내리는 영동교’ 이후 꾸준히 인기곡을 쏟아낸 가수답게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떼창’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트로트 여왕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주현미 무대에서 “대구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는 곳”이라면서 “더 자주 뵙고 흥겨운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며느리가 선물한 티켓으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허천식(72)씨는 “다른 효 콘서트에도 가봤지만 한국일보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봤다”면서 “아들이 내년에는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내년에도 한국일보 효콘서트 티켓을 달라고 해야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공연을 더욱 뜻 깊게 만든 것은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의 헌신이었다. 진영환 삼익THK 회장을 비롯해 윤병국 가야ESC회장, 김미혜 꽃비피부과 원장 등 30여 명의 기업인과 독지가들이 독거노인 초청에 후원금을 쾌척했다. ‘사랑의 밥차’에서 국밥 500인분, 중동 감나무식당에서 약삼계탕 100이분, 붕돈수제돈까지스에서 돈까스 300인분을 내놓았고, 새마을교통봉사단과 여성교통봉사단에서 어르신 교통 편의를 위해 개인택시 40대를 운행하는가 하면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들과 함께 자리 안내까지 도맡았다.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자를 이끌고 공연장을 방문한 박태칠(58)씨는 “기부 콘서트는 다소 허술하고 상업적인 콘서트는 내용은 좋아도 문턱이 너무 높은데, 한국일보 효콘서트는 일반 콘서트를 압도하는 재미와 기부 행사 못잖게 많은 기부자와 봉사자가 몰려 너무 인상 깊다”면서 “매년 봉사팀을 이끌고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사진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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