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쉽고 함께 만드는 장난감
키덜트 문화 확산되면서 인기
“누가 더 오래 돌리는 지 보자!”
직장인 김주환(42)씨는 요즘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장난감 대결을 하는데 정신이 쏙 빠져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회오리 모양을 한 ‘피젯스피너(피젯)’라는 장난감 가운데 부분을 잡고 손가락으로 날개에 해당하는 쪽을 누가 오래 돌리는지 겨루는 식이다. 김씨는 15일 “아들이랑 같이 피젯을 돌리면 재미있고 즐겁다”며 “아무래도 내 게 더 비싼 모델이라 그런지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키덜트(kid+adult) 문화가 확산되면서 장난감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하는 새로운 가족놀이에 애용되고 있다. 조작이 간편하거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거나, 간단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패밀리 장난감’을 들고 같이 노는 아빠 엄마, 아들 딸이 늘고 있는 것이다.
패밀리 장난감으로 피젯이 첫 손에 꼽힌다. 미국에서 성인용 장난감으로 개발된 피젯은 반복적인 손 움직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이유로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한 반(30명 기준)에 10명 이상이 피젯을 가지고 놀 정도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직장인 김윤철(41)씨는 “요샌 퇴근하면 아들이랑 이거 가지고 노는 게 취미다. 지켜보던 아내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더니 같이 돌린다”고 신나 했다.
성인들에게 공중 촬영용 등으로 인기를 끌던 드론도 조작하기 쉬운 저가 모델이 생산되면서 아이들 장난감으로 등극했다. 최근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드론에 빠졌다는 강모(43)씨는 “처음에는 혼자 가지고 놀다가 딸에게도 작은 드론을 사줬다”며 “주말이면 한강공원에 나가 같이 날린다”고 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드론은 최근 1년간 판매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 판매 성장률이 가장 높은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쇼핑몰 관계자는 “어린이에게도 인기가 많아지면서 전 연령대가 구매하는 장난감이 됐다”고 밝혔다.
레고는 아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어른들이 가세해 모두에게 사랑 받는 장난감이 됐다. 어린이 전용 블록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레고는 각종 영화나 만화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어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 진모(38)씨는 “여섯 살 아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스타워즈 우주선 레고를 사줘 같이 조립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며 “지금은 내가 먼저 레고를 사와 아들이랑 함께 만든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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