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5년 뒤 50% 이상 지지 받겠다”
“자숙 없이 정치 행보” 비판에
“내부 격려가 잘못 알려져” 해명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대선 재도전을 강력 시사한 발언이 당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당 일각에서 “메시지 표출의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안 후보 측은 “당직자 등 격려 과정에서 나온 의도치 않은 발언”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15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오찬을 갖고 “다당제 하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내가) 전 세대 전 지역에 걸쳐 고루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그 만큼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분들이 많다는 표시”라며 “다당제 시도는 다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더 크게 확산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외부 정책자문단 ‘전문가광장’ 관계자들과의 만찬에선 “5년 뒤 (대선에선) 제대로 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 받아 50% 이상의 지지를 받겠다”며 더 강한 표현으로 대선 재도전을 사실상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발언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선 우려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패배에 대한 자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데다 갓 출범한 정부에 재를 뿌리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지금 정치 활동 본격화를 시사하는 것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동료 정치인으로서의 예의가 아니고 국민들에게도 오해 받기 딱 좋다”며 “아직도 몇몇 외부 전략그룹 측근들이 안 전 대표에게 이상한 조언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현역 의원도 “지금은 길게 미래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언젠가는 나올 메시지라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계획된 발언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대국민 메시지로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 전문가광장 교수들과 당직자들에게 힘을 내라고 내부 격려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 알려졌다”며 “대선 패배 후 안 전 대표의 전략그룹은 없어졌다. 공보팀도 동시에 없어지다 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전 대표가 캠프 관계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 메시지로서 대선 재도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논란이 발생하자 안 전 대표는 향후 대국민 접촉 동선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안 전 대표는 18일 광주 5ㆍ18기념식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낙선 인사를 할 계획이었다.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광주 행사 참석 후 공개 일정은 없다”며 “앞으로 당분간은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 없이, 조용하게 지지해준 분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뵐 것”이라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이번 대선에서 약점으로 드러난 조직세 보완을 위해 전국적 단위의 지지그룹을 구축하면서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을 대신할 새로운 정책그룹을 구성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