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고향 마을 사유지 5년 임차
3억3000만 원 들여 쉼터 조성
지주 조상묘 관리해 주기로 ‘특약’
경북 군위군이 군예산으로 사유지에 쉼터를 조성하는 바람에 향후 소유권 논란의 소지를 남긴데 이어 해당 부지 지주 측의 조상묘를 군위군이 대신 관리해 주기로 밀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지주 측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쉼터 부지 소유권을 군에 넘기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군위군 등에 따르면 군위군은 2015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김영만 현 군수의 고향마을인 군위읍 정1리 3,389㎡ 부지에 3억3,000만 원을 들여 ‘우정골 쉼터’를 조성했다. 군은 쉼터에 정자 한 개와 소나무 느티나무 등을 심었고, 1970년대 경북도교육감을 지낸 김주만 전 교육감 기념비, 헬스기구 3종류를 설치했다.
문제는 군위군이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부지매입도 없이 5년간 임차하는 조건으로 사유지에 조성했고, 그 대가로 부지 소유주의 조상묘를 관리해주기로 밀약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확인한 토지사용승낙서에는 부지 임대차 계약 당시 군위군 담당간부가 자필로 작성한 ‘특약사항’에 “쉼터 부지 8필지를 군위군이 사용하는 대신 군위읍 동부리 산에 있는 김주만 전 교육감 부자의 묘소를 군위군이 관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주만 전 교육감은 1970년대 경북도교육감을 지냈다.
이 같은 특약에 따라 군위군은 지난해 추석 마을주민과 군청 일용 근로자를 동원해 김 전 교육감 묘소 벌초를 유족 대신 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선 예산낭비도 문제이지만 군위군 행정이 불투명하고 무원칙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주민은 “백번 양보해서 군수가 고향마을에 군예산으로 쉼터를 조성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땅을 매입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지 벌초를 대신해 주는 조건으로 5년간 빌린다는 게 말이 되냐”며 “2020년이면 임차기한이 만료된다는데, 그 이후에 지주가 임차기한을 연장해주지 않거나 높은 사용료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지역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쉼터조성사업을 시작하던 2015년만 해도 3.3㎡당 30만~40만원하던 인근 땅값은 최근 통합신공향유치설 등이 나오면서 2, 3배로 폭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2020년에 부지를 매입하거나 무상사용기한 연장에 실패할 경우 군위군은 3억이 넘는 예산을 낭비한 꼴이 된다”며 “쉼터 자체도 사실 있으나 마나 한 시설로 ‘밑 빠진 독 상’감”이라고 지적했다.
쉼터 개설 1년이 다 돼 가지만 외지인은 물론 지역민들도 외면하고 있다. 주민 윤모씨는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서 쉬지 쉼터에 나올 일이 없다”며 “낡은 유모차에 의지해 외출하는 어르신들한테 이런 운동기구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쉼터 소유주는 “2020년 임대차기한이 만료되면 군위군에 부지를 넘기겠다”며 “벌초문제는 직접 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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