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열병식 첫 선, ‘화성-12’ 명명
北 “최대고도 2,111㎞ 상승 성공”
3개 묶으면 1만2,000㎞까지 도달
이동식 발사대 이용, 기동성 높여
ICBM 마지막 단계 재진입만 남아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쏜 신형 미사일은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미국 전역을 겨냥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 위협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며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 비행하여 거리 787㎞ 공해 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밝혔다.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쏠 경우 4,000~6,000㎞까지 날아갈 수 있어, ICBM의 기준인 사거리 5,500㎞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미국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이며 특히 기존 고정식 ICBM과 달리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쏠 수 있어 기동성도 높였다.
북한은 앞서 3월 추력 80톤의 액체연료 엔진 연소실험을 했다. 이번 미사일은 당시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경우 유사한 엔진 3개를 묶어 탄도미사일을 1만2,000㎞까지 날렸다. 이에 북한은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미 해리티지 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사거리 1만㎞ 미사일을 쏠 경우 미 전체 인구의 38%인 1억2,000만 명이 사정권에 포함된다. 사거리 1만2,000㎞면 사실상 미국 전역을 겨냥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위력이 강한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로켓의 기술적 특성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ㆍ5차 핵실험을 거치면서 북한이 확보했다고 주장한 핵탄두의 표준화, 규격화, 소형화를 넘어 더 무거운 중량의 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탄두의 중량을 늘리면 한번에 탄두를 여러 개 넣는 다탄두 핵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다탄두는 실제탄과 기만탄을 뒤섞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를 무력화하거나, 동시에 여러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통상 핵무기는 탄두의 크기나 무게보다는 플루토늄 반응의 효율성에 따라 폭발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탄두를 많이 실으면 훨씬 유리하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북한이 주장하듯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다탄두 핵무기 개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의 소형화 기술이 아직 충분치 않다면 탄두 크기를 키워야 폭발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3월 북한이 핵탄두라고 주장하는 은색의 원형 물체를 공개했는데 당시 무게 600㎏, 직경 60~70㎝로 추정됐다. 이 탄두를 무게 1톤, 직경 1m까지 키워 미사일에 장착해도 될 만큼 엔진 성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화성-12라는 신형 미사일의 명칭도 처음 공개됐다. 북한은 지대지미사일에 ‘화성’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가령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사거리 3,000㎞)은 화성-10으로 부른다. 북한은 무수단을 9차례 발사해 고작 1차례 성공했지만, 이보다 성능이 훨씬 향상된 신형 미사일은 단번에 성공한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지난달 열병식에서 첫 선을 보이자마자 화성-12 발사에 성공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화성-12를 KN-17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을 완성하기 위해 남은 것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북한은 “가혹한 재돌입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강조했지만 국방부는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북한은 아직 ICBM에 해당하는 고온ㆍ고압 환경에서 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의 낙하속도는 마하 24인 ICBM보다 느리고, 마하 15인 무수단보다는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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