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가 12년 동안 쓴 교단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청주 청원고에서 윤리 과목을 가르치는 김재훈(56)교사는 최근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우리교육 刊)>이란 책을 펴냈다. ‘내가 초보교사 시절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이란 부제를 붙인 이 책은 그가 12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생생하게 기록한 교단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2005년 3월 청주여고에서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교단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담임의 참 역할을 고민하던 중 충남의 한 특성화고교 담임 교사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적은 일기를 매월 학부모에게 편지로 보내면서 학부모·학생과 소통하고 있다는 글을 읽고 교단일기 쓰기에 도전했습니다”
김 교사는 교실 이야기를 시시콜콜 적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렇게 매일 솔직하게 쓴 교단일기를 모아 월말이면 편지봉투에 넣어 학부모에게 보냈다.
그는 “저 스스로를 성찰하는 의미도 담긴 일이라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하루 하루 일기를 쓰다 보니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었다. 편지를 받고 ‘감동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사의 제자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소문 나 있다.
1992년 옥천 이원중학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한 그는 매년 개학 하루 전날 출근해 담임 반 교실을 2시간 가량 혼자 청소하며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벌인다. 생일 잔치를 여는 것은 기본이고 4월 삼겹살 파티, 5월 교내 소풍, 6월 짜장면 먹는 날, 7월 냉면파티 등 매월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3 담임을 맡으며 입시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인터넷신문 시민기자 자격으로 입시·논술 등 관련 기사를 88편이나 보도했다. 또 참고서 3권을 직접 집필해 청주지역 고교생 1,000명에게 무료로 나눠 주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는 김 교사만의 학급 운영 노하우와 교육철학, 후배 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다.
김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학기 초의 좋은 만남을 1년 내내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간의 존중이 중요하다.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고 교사도 학생 하나 하나를 존중할 때 사제의 만남이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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