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베이 준코

입력
2017.05.15 12:00
0 0

[기억할 오늘] 5.16

산악인 다베이 준코가 1975년 5월 16일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랐다. everesthistory.com
산악인 다베이 준코가 1975년 5월 16일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랐다. everesthistory.com

일본 산악인 다베이 준코(田部井 淳子, 1939~2016년)가 1975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섰다.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그 무렵 그에겐 3세 딸과 남편이 있었다.

1939년 생인 그의 첫 등반 기억은 49년 도키치현 나스산(1,917m) 여행이었다고 한다. 황실 별장이 있는 그 곳은 고원 숲 트레킹의 명소로, 열살 소녀가 한라산보다 높이 올랐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더 높이 오르고 싶다는 욕망을 그 산 정상에서 발견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가난한 집 7남매의 다섯째였던 그에게 등산은 사치스러운 취미였다. 여자로서는 ‘당돌한’ 꿈이기도 했다. 58년 쇼와여대 영문과에 진학해 산악반에 들었지만, “여자와 함께 등산하기를 거부하는 남자도 있었고, 단지 남편감을 구하려고 등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등산을 하다가 남편을 만난 건 사실이었다. 그는 65년 산악인 다베이 마사노부를 만나 1녀 1남을 낳았다.

그리고 69년 일본 최초 여성산악인클럽(LCC)을 결성했다. 그들은 어렵사리 스폰서를 구해 스위스 마테호른, 안나푸르나 등을 오르며 점차 산악인으로서 이름을 얻어갔지만, “여자들은 집에서 애나 키우라”같은 말들을 숱하게 들었다고 한다. 75년 LCC의 에베레스트원정대 대원 15명은 전원 여성이었고, 교사와 프로그래머 등 대부분 직장인이었고, 다베이를 포함한 둘은 주부였다. 요미우리 신문과 니혼 TV가 후원을 했지만, 경비가 부족해 중국에서 거위 털을 수입해 직접 침낭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이룬 그들의 초등은 여성(등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다베이는 53세이던 92년 6월 오세아니아 최고봉 푼칵자야(4884m)를 오름으로써 여성최초 7대륙 최고봉을 등정했고, 2000년 규슈대학원에서 환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딴 뒤 산악환경운동가로 활약했다. 그의 논문에는 1923년 인류의 에베레스트 도전이 시작된 이래 해발 5,364m 베이스캠프에 등반가 등이 쏟아낸 오줌 양이 약 103만 리터라는 내용도 그 논문에 있다고 한다. “욕조 3,3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산 아래 주민들에겐 에베레스트의 물이 곧 식수다.”

후쿠시마 출신인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고교생들과 함께 2016년 7월 후지산을 올랐다. 그리고 석 달 뒤인 10월 20일 별세했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