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트로피를 든 김시우/사진=PGA 투어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어릴 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동경하며 축구선수를 꿈꿨던 김시우(22ㆍCJ대한통운)가 골프채를 잡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왕중왕에 오르기까지는 역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렸다. PGA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으로는 최경주(47ㆍSK텔레콤)에 이은 두 번째 쾌거를 이루며 자신의 우상을 잇는 한국 골프계의 별로 떠올랐다.
김시우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ㆍ7,215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ㆍ우승상금 189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때렸다.
합계 10언더파 278타가 된 김시우는 이언 폴터(41ㆍ잉글랜드)와 루이스 우스투이젠(35ㆍ남아공) 등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올린 만 21세의 김시우는 2004년 이 대회에서 애덤 스캇(37ㆍ호주)이 세운 역대 최연소(당시 만 23세)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한국 선수로는 2011년 최경주에 이어 6년 만에 연출된 두 번째 왕중왕이다.
17세 때 Q스쿨을 합격한 뒤 작년 한국 최연소 PGA 우승자에 오른 김시우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대선배 최경주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챔피언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최연소라고 한다"며 "(최경주) 선배님이 우승한 그 순간부터 이 대회를 꿈꿔왔다. 그와 함께 연습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많은 조언을 해줬다. 내가 이번 대회에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감사했다.
김시우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얻었다. 상금 21억3,000만원은 보너스다. PGA 상금 순위 1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세계 랭킹 포인트를 무려 80점이나 획득했으며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도 600점을 보태 21위로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PGA 투어 5년간 시드와 마스터스ㆍUS 오픈ㆍ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의 3년간 출전권 및 해당년도 PGA 챔피언십 출전권 등 어마어마한 혜택을 누린다.
우승 원동력은 침착함과 퍼팅이다.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4위로 최종 라운드에 임한 김시우는 1번(파4) 홀 버디에 이어 7번(파4)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7m 지점에 붙인 뒤에 내리막 버디 퍼트를 꽂아 넣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9번(파5) 홀에서 세 번째 벙커 샷으로 그린 5m 지점에 보낸 뒤 다시 버디를 잡았다. 이후 그는 신예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추격의 불씨조차 허용하지 않는 단단함을 보였다.
김시우의 강심장에 세계가 놀랐다. 골프 전문 매체 골프 위크는 "21살 김시우의 최종 라운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평했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김시우의 플레이에서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김시우는 "평소에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지난해 이미 우승을 경험해봤고 2년간 출전권도 확보한 상태여서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집게 그립으로 바꾼 퍼팅도 빼놓을 수 없다. 김시우는 올 시즌 들어 지난주 취리히 클래식까지 18개 대회 동안 7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등 고전했다. 허리 통증과 함께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라운드당 퍼트 수는 125위(29.23개)로 쳐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퍼트할 때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의 샤프트를 단단히 잡는 집게 그립으로 바꾸었고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이번 대회 김시우는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가 1.756개(26위)로 좋았다. 여기에 306야드(약 280m)를 기록한 4라운드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더해졌다.
기타 한국 선수로는 노승열(26ㆍ나이키)이 이븐파 288타로 공동 22위, 강성훈(30ㆍ신한금융그룹)은 1오버파 289타로 공동 30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3ㆍ미국)은 마지막 날 순위를 32계단이나 끌어올려 공동 12위에 랭크됐다.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는 공동 35위, 디펜딩 챔피언 제이슨 데이(30ㆍ호주)는 공동 60위로 부진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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