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앞 3~4시간 줄서 구매 대행
스마트폰 앱 수백종… 새 트렌드
청년창업ㆍ일자리 늘며 내수 쑥쑥
최근 중국의 신문이나 방송뉴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파이두이징지(排隊經濟)’다. 우리말로는 ‘줄서기경제’ 정도로 옮겨질 수 있겠다. 중국에서 장시간 줄을 서서 먹는 맛집들이 하나의 산업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내 대형쇼핑몰 코코파크 1층에 위치한 차 전문점 시차(喜茶)는 얼마 전부터 한 사람이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을 두 잔으로 제한했다. 또 고객 한 명이 여러 번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분증 확인까지 하고 있다. 손님이 너무 많이 몰리자 나름대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은 여전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1~2시간씩 줄을 서는 손님들 가운데에는 구매대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을 위해 수고비를 받고 대신 줄을 서는 아르바이트이다. 한참 줄을 서 있다가 차를 구입한 뒤 배달원에게 전하는 역할이다. 단가가 그리 높지 않지만 주문이 끊이지 않는데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 요즘 젊은이들 사이 최고 인기 직종이다. 고객과 배달원, 업체 등 3자를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수백종이다.
줄서기 아르바이트 등장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소 1시간, 길게는 3~4시간을 기다려야 먹고 마실 수 있는 인기 프랜차이즈 식음료 브랜드가 지난 1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시차 외에도 빵 전문점 파오스푸(鮑師傅), 피자 전문점 라세자르, 밀크티 전문점 이덴덴(一點點), 스타벅스 저격수란 별칭이 붙은 카페 인웨이차(inWE), 아이스크림 전문점 위예(WIYE), 중국식 샌드위치 전문점 시샤오예(西少爺)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몇 년 사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구매력까지 갖추면서 외식산업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줄서기 경제’가 대규모 투자→젊은 인재의 혁신ㆍ창업→일자리 창출→외식업 질적 성장 등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에만 외식 관련업체 28곳이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투자기관 중에는 징둥(京東)과 IDG, 진르즈번(今日資本)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전문 캐피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렇다 보니 젊은 인재들이 대거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모바일 서비스와 O2O(오프라인과 온라인 연계)를 기반으로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브랜드를 생산해내고 있다. 당연히 일자리도 늘어났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 전문지인 제일재경일보는 “지역에 기반한 과거의 외식 프랜차이즈와 달리 줄서기 경제로 대표되는 새로운 트렌드는 적극적인 투자, IT기술과 접목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뿌리를 둬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질적성장을 중시하는 최근의 경제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내수시장의 무한잠재력을 끌어내는 측면도 의미를 둘 만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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