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의 공조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듯 백악관과 의회가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 남북 대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데 이어, 미 상원은 북한 정권붕괴를 상정한 북한인권법 연장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한 상황’이 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선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하며, 남북대화는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문 대통령과 외교 참모들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압박과 함께 대화를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심 우려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도 기존 북한인권법에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상정하는 내용을 추가시킨 ‘재승인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4년 의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ㆍ플로리다)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2022년까지 북한인권법을 연장해 북한 주민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또 기존 북한인권법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통로를 라디오방송으로 한정한 것과 달리, 휴대용 저장장치(USB), 음성-영상 재생기, 손전화, 무선인터넷, 웹페이지, 무선통신 등 전자매체들도 활용토록 규정했다. 유입시킬 정보의 종류도 뉴스는 물론이고 한국, 미국의 대중음악과 TV프로그램, 영화 등으로 확대했다.
이 법안은 특히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 상원이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루비오 의원 등은 “북한 정권의 붕괴나 지도부의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경우 역내 안정과 안보, 미국의 이익에 영향을 주고 이웃나라들에 상당수의 난민이 유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정부는 북한과 육상, 해상 국경을 접하는 나라들과 함께 협력해 인도주의 지원, 인권 증진과 관련해 장기적이고 범정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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