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가 신선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12일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상시ㆍ지속적 업무, 생명ㆍ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이날 출근길에도 이어졌다. 홍은동 사저 인근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셀카를 찍는가 하면, 자신의 저서 <운명>을 들이미는 청년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경호실에 시민 접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셔츠 차림으로 경내를 산책하며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보여 줬다. 어제부터는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비서동인 위민관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참모들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청와대가 친근하고 서민적인 탈권위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행정부와 권한 및 책임을 나누는 실무형 청와대를 지향하는 직제개편안도 11일 내놓았다. 기존 ‘3실ㆍ10수석’에서 ‘4실ㆍ8수석ㆍ2보좌관’ 체제로 바뀌면서 정원이 소폭 늘어난 게 특징이다.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측근 대신 여성과 전문 관료를 앉힌 것도 돋보인다. 시스템으로 청와대를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각에선 ‘작은 청와대’가 최선인양 소폭 증원을 비판하지만, 주요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북핵 등 안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시도를 인력 규모로만 재단할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자세를 낮춰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통받는 서민들과 진솔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은 지지율 41% 대통령이 국민을 지지기반으로 만드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임기 내내 이런 자세를 지켜가기 바란다. 그러나 소통 행보만으로 ‘IMF 위기’를 능가한다는 경제적 혼란과 최악의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소통의 결과가 보편 타당성을 지닌 정책으로 뒷받침되는 한편,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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