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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람 사는 청와대

입력
2017.05.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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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 소탈 행보가 연일 화제다. 12일에는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일반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로 식당 입구 식권함에 식권을 넣고 줄을 서서 직접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이어 주위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함께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식사했다. 전날 점심에는 셔츠 차림으로 신임 참모진과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대화 주제는 여성의 공직 참여 확대 문제였다.

▦ 청와대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전임 박근혜 청와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엄숙 권위 격식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활기와 온기가 느껴진다. 얼핏 노무현이 즐겨 썼던 ‘사람 사는 세상’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12일 조간신문에 실린 연속 사진도 인상적이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기 앞서 양복 상의 벗는 것을 직원이 도와주려 하자 사양하고 직접 벗어 의자에 걸어두는 장면이다. ‘유쾌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파격에서 뒤지지 않는다. 관저 도배 작업 현장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가 “이거 사왔는데 같이 나눠 먹자”고 하는 등 화제를 몰고 다닌다.

▦ 연출된 쇼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이 없지 않다. 하지만 평소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성품에 비춰 일부러 연출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몸에 밴 습관이자 벽을 허물고 거리를 좁혀 친밀하게 소통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라고 믿고 싶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비서동인 위민관 집무실에서 일상 업무를 보기로 한 것도 참모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다. 위민관 집무실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었는데 다음 대통령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모습은 국민의 눈에 신선하게 비친다. 청와대가 일반인에게 성큼 가까워진 느낌이다. 출근길에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인증샷을 찍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진과의 소통을 넘어 여야 정치권, 나아가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10일 취임식 직전 야 4당을 찾아가 국정의 동반자임을 선언했지만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서도 성공해 진정한 소통의 대가 면모를 보여 주면 좋겠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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