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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문재인, 아마 세 번째 ‘민주’ 정부

입력
2017.05.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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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사무실에 오동순 씨라는 직원이 있었다. 성실한 직원이었다. 나 같은 농땡이 전문가보다는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은 2년을 일하면 잘리는 자리였다. 법은 2년이 지나면 비정규직도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사용자들은 대신 그들을 2년 안에 해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오동순 씨는 1년 미만의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하는 꼼수로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란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두 차례의 쪼개기 계약이 만료된 후 다시 일터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를 꼼수에 기대게 했고 끝내 일터를 떠나게 했던 기간제법은 노무현 정부 때 여당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아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오동순 씨를 쫓아내려 했던 건 아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게다가 노동유연화라는 흐름은 문민정부에서 이미 발아한 것이었다. 그 직후 터진 ‘IMF 사태’는 그 누가 대통령이라 해도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오동순 씨의 비극에 노무현을 피고인으로 소환할 수만은 없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노동계의 요구처럼 무작정 강도 높게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을 거는 것도, 세계적으로 고용 형태가 다양화되는 현실 속에서 답이 되긴 어렵다. 게다가 파견근로 등 명백한 문제가 있는 경우조차 규제엔 반발이 거세다. 쉽지 않을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은 어떨까? 선언은 좋지만, 산별 노조의 협상력 없이 동일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한국은 노조 조직률이 10% 남짓으로 매우 낮은 데다, 정규직 위주 노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상황이다. 비숙련 노동자에게 노조 조직이란 불가능한 꿈이고, 그나마 대안인 노사정위원회는 존재감조차 흐릿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22년까지 최저임금 만 원을 약속한 안철수의 공약에 따르더라도, 최저임금은 앞으로 5년 간 9.2%씩 올라야 한다.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어려운 과업인데, 보수정권 9년 간 노골적으로 노동유연화가 요구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워낙 미덕이 없어 추진력이란 미덕도 역시나 없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의 청사진은 지금의 현실보다도 나쁜 것이었으니 말이다.

노무현 정부는 많은 개혁에 도전했다. 순탄했다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검찰과 언론 개혁은 엄청난 반발에 부딪쳐 좌초되었다. 열린우리당 창당 역시 의의가 없지는 않았으나 성공적이지 않았다.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을 고치려 했으나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로 잘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훗날에도 박정근 구속, 상지대 사태 등 전근대적 비극이 되풀이되었다. 좋은 의도만으로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대책도 개중 하나였다.

그래도 노무현은 매력적이었다. 여러 과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도전을 좋아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마무리하지 못한 도전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민주정부를 조율하기 위해서.

문재인의 구호는 든든한 대통령이었다. 그건 좋은 의도만큼이나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다. 선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빈틈없이 탄탄한 장치가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협치 속에 진보를 이끌어내고, 전문 관료의 도움을 얻으며 기성 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세 번째 민주정부의 대표자로서, 문재인은 앞선 두 민주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계승한 대통령이다. 그 공을 되살리는 것만큼이나, 그 과도 성찰하여 부디 보완된 민주정부를 계획할 것을 소망한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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