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5개월 만에 삼성전자부터
김석기 부사장 등 54명 승진
지난해 말부터 미뤄진 삼성 임원 인사가 11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재개됐다. 총수 부재와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갔던 삼성의 경영 시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김석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세트부문(가전 및 인터넷ㆍ휴대폰 사업) 임원 및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전략실이 총괄해 그룹 계열사 전체를 아우른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만 별도로 실시한 첫 임원 인사다.
삼성전자 세트부문에서는 부사장 6명, 전무 11명, 상무 30명, 전문위원 5명에 마스터 선임 2명을 포함해 총 54명이 승진했다. 이중 조셉 스틴지아노 전무와 존 헤링턴 상무는 외국인이다. 여성 승진자는 이애영ㆍ이혜정 상무 2명이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트부문 사업부와 해외법인 주요 보직인사도 함께 실시했다. 최경식 부사장이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이영희 부사장이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으로 각각 발령됐다. 이상철 부사장은 동남아, 권계현 부사장은 중국, 명성완 전무는 중동시장을 각각 전담하고 팀백스터 부사장은 북미를 총괄하는 SEA법인장을 맡았다. 이돈태 전무는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에 임명됐다.
반면 세트부문과 함께 인사가 이뤄졌던 경영지원 부서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총수 부재 등의 이유로 올해 사업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일단 핵심사업 부서들의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12일 실시하는 부품부문(반도체 등)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임원 인사, 곧 단행될 삼성SDS와 삼성SDI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 임원 인사도 사업부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승진 폭이 커질 여지가 있어도 삼성전자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임원 인사규모(135명)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다음주부터 이어질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와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 끝내지 못한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하면 조직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했다”며 “정기인사 개념은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서만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 사장단 인사 시점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삼성은 매년 12월 계열사 사장 인사를 냈지만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과 관련해 지난 2월 말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삼성SDI를 제외하고는 사장단에 변동이 없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사장단 인사에 대한 검토도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