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13. 일곱살 추정 진도믹스 ‘반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친근하고 흔한 반려견은 어떤 종류일까요.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에 등록된 반려견을 조사해 보니 몰티즈, 시츄, 혼종견, 푸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부터 집 마당이나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개가 바로 줄에 묶인 백구, 흰색 진도 믹스 아닐까 합니다.
토종 진돗개든 진도믹스든 대부분은 똑똑하고 용맹하면서 한 주인을 섬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만큼 흔하다 보니 짧은 줄에 묶어 집이나 건물, 공장 등을 지키는 역할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식용으로 팔려가거나 유기견이 되는 경우도 그만큼 많았는데요. 실제 개농장에 가면 도사믹스견 만큼이나 많은 게 바로 백구들이지요.
반야(7세 추정·암컷)도 백구 문수와 대구의 한 공장 근처를 떠돌다 발견됐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장 근처 길가 옆 화단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출퇴근을 하다 이곳을 지나던 한 여성분은 반야와 문수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화단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사료와 물을 챙겨 주었습니다. 얼마나 굶었던지 반야와 문수는 허겁지겁 먹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구조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거의 1년을 두 마리에게 밥을 챙겨주었고, 샌드위치 판넬로 집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소한 행복마저 계속될 순 없었습니다. 옆에는 공사가 한창인데다 무엇보다 반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초복이 오면 두 마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고 제보자와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 4월 이 두 마리의 구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사람을 따르는 문수는 제보자가 미리 근처 절로 이동을 시켜놓은 상태여서 수월하게 구조를 할 수 있었고요, 반야는 약간의 까칠함이 있었지만 역시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마리 모두 서울 동물병원으로 올라와 검사를 한 결과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었는데요 치료는 끝났고, 문수는 이미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일곱살로 추정되고 20㎏이 나가는 반야는 아직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로 잠을 자면서 하루를 보내는데요 헛짖음도 없고, 활동량도 많지 않다고 해요. 활동가들은 충성스럽고 용맹하다며 진돗개를 좋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식용으로 도살되는 게 아이러니하고 마음 아프다고 얘기합니다. 사람들의 쓰다듬 조차 받아보지 못한 백구 반야가 제2의 견생을 함께 해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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