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다극화되고 있는 국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개혁이 긴요하다고 역설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영국유엔협회 주최로 런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현재처럼 다극화된 세계에서는 (유엔을 통해) 다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 1월 취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가진 첫번째 공개강연이다.
그는 관료주의 때문에 빚어지는 유엔 비효율성 문제의 핵심을, 유엔의 3대 축(軸)인 평화와 안보, 인권, 지속가능한 발전 기구와 프로그램이 개별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으로 꼽은 뒤 이를 단일 프로그램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평화유지 활동의 개혁도 주문했다. 그는 “국가와 국가간 분쟁이 줄어들고 국가 내 분쟁이 증가하는 등 최근 국제 분쟁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국가 간 분쟁 방지를 목적으로 운영됐던 유엔 평화유지 활동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유엔본부에서 일할 행정관료 한 명을 선임하기 위해 유엔 전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유엔홍보국 라디오 본부에 50명이 이상이 일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문 직원이 3명 밖에 되지 않는 등 유엔 기구와 운영의 비효율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단적 민족주의, 극우주의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우리는 외국인 공포증, 반유대주의, 무슬림 집단에 대한 적개심 등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총리를 지내고 유엔 난민기구 고등판무관으로 10년 간 일한 뒤 지난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그는 유엔을 개혁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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