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구상권 철회ㆍ사면복권 놓고
문재인 대통령 지역 공약 이행 관심
원희룡 지사, “약속 지켜달라”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지역 공약으로 내걸었던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철회와 사면복권 조치가 이뤄질지 지역 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10년째 이어져 온 강정마을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지역 현안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철회와 각종 사법처리에 대한 사면복권 조치를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에 제시한 공약 중 하나다.
원 지사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까지 인사가 내정되거나 임명된 만큼 공식적으로 공약의 조기 이행을 촉구 드린다”며 “제주도는 후속적인 실무협의에 즉각 나서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미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물론 도민사회가 여러 차례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철회와 각종 사법처리에 대한 사면 및 회복조치를 건의해 왔다”며 “문 대통령을 포함해 대선에 출마했던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철회와 사면복권을 공식 건의한 배경에 대해 “다른 제주공약들은 국무총리와 장관이 임명된 이후 국회 절차도 거쳐야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철회와 사면 조치는 대통령과 민정수석의 최소한 준비와 결단이 있으면 실현 가능한 데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강정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아픔에 책임 있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은 철회하고, 처벌 대상자는 사면하겠다”고 공약했다.
강정마을주민들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이 구상권 청구 철회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공약 이행을 통해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강정마을 갈등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반면 해군은 올해 3월 제주해군기지 준공 1주년을 맞아 마련한 ‘언론 초청 현장 공개 행사’에서 “구상권 청구와 민군의 상생은 별개 사항”이라며 “구상권 청구는 공사를 방해한 불법 행위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절차로 현재까지 철회 계획은 없다”고 구상권 철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군은 지난해 3월 강정주민들과 활동가, 강정마을회 등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34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강정마을주민 등 700여명이 연행됐고, 사법처리 건수도 480여건에 이른다. 개인과 강정마을회가 부담한 벌금도 3억8,000여만원이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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