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옛날치킨 이창곤 사장 다시 화제
박 전 대통령 사진 철거했다 최근 부착
“문 대통령은 통합대통령으로 기억되길”
탄핵정국으로 역대 대통령 사진 중 박근혜 전 대통령만 떼어냈던 대구 수성구 욱수동 한 치킨집 벽면이 11일 드디어 빼곡히 채워졌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치킨집 사장은 이날 19대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내걸면서 “시대의 아픔을 딛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발하기 바란다”고 소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31개의 체인점을 둔 옛날치킨 본점 이창곤(45) 사장이 역대 대통령 사진을 인테리어 컨셉으로 잡은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1919년 경북 성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을 펼친 이현기 애국지사의 증손자인 이 사장은 “독립운동가 집안 자손으로 자라 어릴 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며 “대통령 재임 시기는커녕 순서조차 알지 못하는 세태에 안타까움을 느껴 아예 치킨집 벽면을 대통령 사진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진 액자 밑에 대통령 이름과 임기 등을 적어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역대 대통령 족보를 익히도록 했다.
신선한 반응을 일으킨 치킨집 벽면에는 그 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액자사진이 내걸렸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 사진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치킨 먹는데 소화 안된다”, “술 맛 떨어진다”는 푸념이 이어지면서 결국 같은 해 11월 초 박 전 대통령 사진은 철거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순서대로 나열된 10명의 대통령 사진 중 박 전 대통령 자리만 휑하니 비게 된 것이다. 따로 지침을 내린 적은 없었지만 가맹점도 대부분 자발적으로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떼어냈다.
빈 자리가 다시 채워진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나고도 한참 후인 지난달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에야 겨우 민심이 진정됐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 정부가 바뀌면 다시 붙일 계획이었다”며 “공과를 떠나 그도 역사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11일 문 대통령 사진 액자를 벽면에 내걸면서 치킨집은 ‘역사에서 배우자’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게 됐다. “속칭 TK 주민으로서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 사진을 내걸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는 이 사장은 “대통령 사진 한 장 마다 시대의 역사가 녹아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자랑스런 대통령으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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