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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다듬듯, 나를 다듬을 수 있기를

입력
2017.05.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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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예찬

이승원 글ㆍ그림

천년의상상 발행ㆍ300쪽ㆍ1만4,800원

땀 흘려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남들에게 내놓는다는 건 분명 희열이다. 특히나 줄곧 앉아서 책 읽고 글 쓰는 직업인들에겐 더 그렇다. 문화연구자로 여러 권의 책을 써냈던 이승원은, 그래서 이번엔 나무 깎고 가죽 자르는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 처음부터 거창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의도는 사악(?)했다. 친구들과 주말 공방에 몰려다니다 보면, 일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걸칠 수 있겠지 싶어서다. 그러다 홀로 남았다. 어지간히 익숙해질 무렵 가죽공방으로 옮겨 “바느질만큼은 에르메스급”이란 격찬을 받았다. 대패질에서 남성성을, 바느질에서 여성성을 되찾았다. 떠들썩한 술자리 친구들이 붙여준 호는 ‘벌목(伐木)’. 벌목 이승원 선생의 탄생이다. 짓궂은 농담이지만 애꿎은 나무, 동물 죽였단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나무, 가죽 뿐 아니라 사람 또한 결 따라 매만지고 보듬어줄 수 있게 되기를.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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