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사용하며 회비 징수
왕따 시키고 불법 레슨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최모(50)씨는 집 근처 청소년수련관 체육관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중학생인 딸과 함께 배드민턴 강좌를 수강하려 해도 회원 친목모임인 동호회가 코트를 사실상 점령, 좀처럼 기회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특정 동호회가 일반 회원의 수강을 방해하거나 ‘왕따’를 시키는 등 불쾌감을 주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성남시 등에 민원을 제기한 회원만 10명이 넘는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시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등록한 회원의 활동을 아무런 권한이 없는 동호회 간부들이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체육시설을 동호회가 사유화한다는 분쟁이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들여 지었지만, 동호회가 독점하다시피 해 말썽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최씨가 지목한 체육관에서는 동호회가 정식 등록하지 않은 이들로부터 1인당 3만원 안팎의 회비를 받고 코트를 멋대로 사용하도록 했다가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동호회원은 강좌시간에 1인당 월 10만원 안팎을 내고 강사로부터 별도의 개인레슨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씨는 “청소년 시설에서 범법 행위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시나 체육관 측의 대응은 부실하기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련관 측은 회원들간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동호회 가입 강요 금지 ▦타 회원 집단적 소외 금지 ▦개인레슨 등을 위한 금품증여 금지 등을 약속하는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공공체육시설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시설은 이곳뿐 아니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지난 2월 공공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동호회의 일방적 운영에 반발, 한 남성이 체육관 바닥에 기름을 뿌려 보복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호회는 논란을 키울까 시설을 자체 복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체육관에서는 지난해 말 동호회원들의 눈밖에 난 강사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동호회 입김이 워낙 거세다 보니 계약직 강사들이 ‘파리목숨’이 되기 일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시설 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호회의 끼리끼리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백성욱 대림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는 10일 “공공체육시설이 부족해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만큼 지자체의 재정이 넉넉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결국은 운영방식에서 접점을 찾는 게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동호회도 함께 어울리고 화합한다는 스포츠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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