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요접촉 때마다 협상 담당
문 정부 ‘대북관계 개선’ 사령탑
“남북긴장 해소 때 평양 갈 수 있어
국정원 정치개입 뿌리 뽑겠다”
10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서훈(63) 전 국정원 3차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진 남북 간 주요 접촉 마다 등장해온 노련한 대북 협상가다. 진보 정권 10년 간 남북관계 개선 막후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대면하는 등 북한의 대남전략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프로세스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이는 서 내정자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근절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서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인사 발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안보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며 “지금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내정자는 “최소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는 등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1980년 입부한 서 내정자는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현장사무소장으로서 2년 간 신포에 상주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앞뒤로 열린 남북 간 주요 접촉에도 서 내정자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00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한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간 사전 접촉과 같은 해 10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에 배석했으며 2007년 10ㆍ4 정상회담과 같은해 11월 남북총리회담에 배석하는 등 북한의 대남 실세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대북 전략가로서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문 대통령이 서 내정자를 국정원장으로 앉힌 것도 대북관계 개선 작업의 총사령관 역할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측의 대남 담당자들과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던 인물을 국정원장에 내정하며 북한에도 관계개선 메시지를 재차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정원 개혁 과제도 서 내정자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원 관련 공약을 ‘10대 공약’으로 포함시키는 등 국정원 개혁에 분명한 의지를 보여왔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과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등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으로 암암리에 이뤄졌던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의 뿌리를 뽑겠다는 뜻이다. 서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치개입·선거개입·사찰 등을 근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가 공약했던 국정원 개혁 목표를 구현할 최적임자라 믿는다”고 서 내정자를 치켜 세웠다.
▦ 서울 ▦ 서울대 교육학과 ▦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 동국대 북한학 박사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 국정원 3차장 ▦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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