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가 눈을 크게 치켜 뜨고 입을 벌리며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들이키고자 숨을 헐떡인다. 주변에는 이미 또래 어린이들이 쓰러져 있다. 어째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이들의 몸에서 생명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2017년 4월 4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에서 발생한 화학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92명이 숨졌다. 이날 참혹한 현장을 담은 영상을 미국 CNN 방송이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유독 화학물질을 들이마신 어린이가 마지막 숨을 애써 몰아 쉬는 모습, 길거리에 쓰러져 죽어가는 민간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영상을 입수해 보도한 클라리사 워드 CNN 기자는 “당신이 이 영상을 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상을 통해 ‘전쟁 범죄’라는 추상적인 말로 표현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없이 시리아를 다녔고 수없이 많은 끔찍한 죽음을 봐 왔지만 이 모습은 정말 특히 끔찍하다”며 “그렇더라도 당신이 이 모습을 목격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는 시리아 반군 점령지 칸셰이쿤에 가한 화학공격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사드 정권은 “100% 창작”이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2013년 아사드 정권은 어린이 400명을 포함해 1,400명을 화학무기 공격으로 살해했다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자 미국ㆍ러시아와 화학무기를 폐기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최근에도 최소 4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칸셰이쿤 화학무기 공격 직후 “어린이들이 희생됐다. 시리아에 대한 내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선언하고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폭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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