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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패한 보수, 합리적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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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패한 보수, 합리적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기회다

입력
2017.05.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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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거의 전 지역과 세대에서 고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은 중도 및 보수층이 50%를 훌쩍 넘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과반(150석)에 훨씬 못 미치는 120석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잘 짜여진 협치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의 재건과 정비, 역할과 책임이 조속한 국정 정상화의 관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이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건전한 견제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은 문재인 정부 순항의 필요조건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선에서 얻은 24%의 득표는 어떤 프레임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확 달라진다. '친박 웰빙당'의 기득권에 안주하다가 촛불ㆍ탄핵 정국에서 괴멸상태에 빠졌던 때에 비하면, 107석을 가진 원내 제2당으로, 또 제 1야당으로 재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영남지역과 60대 이상의 막판 세 결집 덕분에 간신히 20%대의 표를 얻었을 뿐, 수도권과 30~50대 등의 신뢰와 지지를 대거 상실해 말 그대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합리적 대안정당으로 거듭날지, 남은 밥그릇이라도 먼저 차지하겠다는 자중지란 끝에 자멸의 길을 걸을지는 오로지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어제 "국민 다수의 선택은 받지 못했지만 제1 야당으로서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궤도를 벗어나 폭주할 때는 목숨 걸고 견제하고 대승적으로 도울 때는 당리당략을 초월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헌정사의 맥을 이어 온 보수정당 지지세가 거의 공중 분해됐는 데도 '헌신과 책임'의 보수가치로 당을 환골탈태하겠다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서다.

시작은 선거과정과 결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책임을 따지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리더십과 진로에 고심하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이를 바탕으로 각 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돼 온 당 지도체제를 조속히 재정비하고, 상호 대화채널을 마련하는 것을 미루거나 주저해서 안 된다. 이는 패배국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는 야당이나 인수위 과정 없이 곧바로 실전에 돌입한 새 정부를 위해서나 꼭 필요하다. 특히 민주당은 여소야대 국회의 긴장을 완화하는 '허니문 기간'을 야당에 제안해 견제와 협력의 새 모델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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