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언론들 대북정책에 관심
햇볕정책 비유 ‘Moonshine 시대’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10일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우선시하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 대통령이 김대중ㆍ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 계승자라는 점을 비유한 ‘한국이 달빛정책 시대(Moonshine Era)에 진입한다’는 칼럼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했다. WSJ은 이 칼럼에서 햇볕정책을 남북의 진정한 화해를 가져오지도 못했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지 못한 정책으로 평가절하한 뒤 문 대통령은 이 정책의 계승자이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새 정부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섣불리 남한과의 대화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사설에서는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해 현금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정부는 문 대통령과 협력을 해야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에 주지시켜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문 대통령은 북한에 현금을 제공해 양국이 공동사업을 하는 식의 접근법을 오랫동안 옹호해온 정치인이라고 소개한 뒤, 이는 제재를 강화하려는 트럼프정부의 정책과 충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길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제2의 ‘햇볕정책’ 접근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문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가장 거친 일자리를 맡았다”고 진단했다.
영국 BBC는 문재인정부가 ‘대외정책의 과잉변화’라는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 뒤, 새 정부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가진 북한 정권의 변화를 유도해야하는 것은 물론 군사력 사용을 불사하고 일방주의를 고수하는 트럼프정부와 건설적 협력을 시도해야하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BC는 문재인정부의 주축인 진보세력들이 반미(反美)정서를 갖고 있지만, 노무현정부에서 일했던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불필요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경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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