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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17.05.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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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을 자비로 대체한 링컨 리더십

승자 독식은 민주주의 원칙과 괴리

패자 보듬는 범국가적 치유 필요

“누구에게도 악의를 갖지 말고, 모두에게 자비심을 품고, 신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대로 정의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우리 모두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1865년 3월 4일 미국의 남북전쟁 와중에서 전쟁종식 37일을 앞두고 나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재선 취임사로, 게티즈버그 연설문과 함께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내부에 새겨져 있다. 남북전쟁의 승리를 넘어 미국의 대통합과 화해, 재건, 정신적 치유 등을 간절히 바라는 열망이 담겼다.

링컨의 리더십을 연구한 강성학은 저서에서 “링컨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쟁취하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들을 정의했다. 전쟁의 목표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패배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렸다고 선언한 셈이다. 적대 행위가 끝난 후에도 적대감이 계속된다면 전쟁은 헛된 일이다. 그의 말은 보복을 자비로 대체해야만 하는 어렵고도 실천적인 행동을 지향했다”고 밝힌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갓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적지 않은 참고가 될 내용이다.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을 노출했다. 다소 완화한 기미가 없지 않지만, 지역과 이념 갈등은 물론, 세대 갈등의 양상이 여전하고, 선거가 끝났으나 진영 간 적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정치권이 갈등까지 사유화하면서 증폭된 측면도 없지 않다. ‘갈등 사유화’는 정치권이 갈등을 자기 정파에 유리하게 선택적으로 동원하는 수법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선서에 이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들도 당선 직후에는 통합을 외쳤지만, 썩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승자 독식’을 지목하는 견해가 많다. 반대표를 던진 절반이 넘는 국민을 고려하는 것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또 최순실 게이트 등에서 나타났듯 일부 정파나 개인이 국민을 사익 추구 대상으로 보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약탈 국가’적 행태가 잦았다는 것이다. 승리한 권력이 공직을 독식하는 것 역시 이런 범주다. 그래서 ‘선거는 수만 개의 고급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라고 했다. 강준만ㆍ김환표는 저서 <약탈 정치>에서 탕평인사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행정권력이 침범할 수 없는 중립 영역을 법으로 제도화해 넓혀 나가면 된다. 집권 후 논공행상의 전리품으로 간주되어 온 인사권의 상당 부분을 중립적인 시민사회에 넘김으로써 승자 독식 전쟁터의 수단이 된 선거의 공공성을 다소나마 회복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 문재인정부는 자기 정파의 과잉지지를 다소 억제하고 반대 정파는 보듬어야 하는 권력 분점의 숙제를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은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다. 그래서 패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 협력자로 만들 의무가 있다. 특히나 퇴행적인 이념논쟁의 굴레를 벗고 정파를 떠나 국민 혹은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필수적이다.

링컨의 말대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정파의, 정파에 의한, 정파를 위한’ 정부는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익히 경험했듯 정파나 개인적 이익에 골몰했던 대통령은 마지막이 불행했다. 더욱이 국민과 정치권의 협력적인 팔로어십도 중요하다. 40%를 겨우 넘는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의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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