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
행사장 경호ㆍ교통 통제도 최소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선서 행사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앞서 경직된 대통령 경호 관행을 ‘소프트 경호’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를 실천하면서 국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 참석했다. 국군 교향악대의 팡파르에 맞춰 환한 얼굴로 입장한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오르기 전 허리를 깊숙이 숙여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취임 선서식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과 국무위원, 국회의원, 군 지휘관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했다. 특히 의원 지정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여야 의원들이 섞여 앉거나 일부 의원들은 자리가 없어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대선 경쟁자들 중에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유일하게 참석해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20여분 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은 탈 권위에 방점이 찍혔다. 통상 취임식은 선출 다음해 2월 국회 앞 광장에서 참석자 수 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히 치러지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취임 선서 위주로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보신각 타종행사나 군악대와 의장대의 행진 및 예포발사, 축하공연 등은 모두 생략됐다. 대신 국회 앞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이를 생중계로 볼 수 있게 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국회를 방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주변 경호도 동선 위주로만 배치하고 행사장 주변 통신제한도 최소화했다. 때문에 국회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몰려와 문 대통령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환호를 보내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청와대 경호팀이 새벽부터 국회 앞 국회대로를 서강대로 남단까지 교통을 통제하면서 삼엄한 경비활동을 펼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 측 관계자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선서가 끝난 후 유일호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등 여야를 망라한 진영의 환송을 받으며 국회를 나섰다. 문 대통령은 차량에 바로 오르지 않고 국회에 모인 시민들 방향으로 걸어나가 손은 흔들며 인사했다. 한 참석자가 문 대통령에게 휴대폰 ‘셀카’를 요청하자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님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외치면서 청와대로 향하는 문 대통령을 배웅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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