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킨 마린 르펜 전 대표의 조카로 국민전선(FN)을 이끄는 마리옹 마레샬 르펜(27)이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에 싫증을 느꼈다는 이유이지만 당의 ‘쌍두마차’ 격인 마레샬 르펜의 이탈로 내달 총선에서 주류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FN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레샬 르펜은 “한 평생 정치세계에 몸담아 왔다. 27세가 된 지금 당분간 정계를 떠나 있을 때”라며 “총선 도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14년 태어난 딸에게 좀 더 헌신하고 싶다면서 개인적 문제를 정계 은퇴 사유로 들었다. 다만 “정치적 싸움을 영원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정계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기는 했다.
마레샬 르펜은 FN을 설립한 장마리 르펜의 손녀이다. 마린 르펜 전 대표 언니의 딸로 두 사람은 이모, 조카 관계이다. 그는 17세에 정계에 입문한 뒤 대학생 때인 2012년 22세 나이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15년엔 프로방스 알프스 코타쥐르 주지사직에 도전해 결선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으나 1차 투표서 40% 넘는 득표율을 올리며 일약 FN의 간판 얼굴로 떠올랐다.
마레샬 르펜은 장마리의 극우이념을 계승한 진정한 ‘후계자’로 평가 받는다. 2년 전 아버지를 당에서 내쫓고 FN의 극단적 이미지를 벗겨내려는 이모와 달리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등 우파 이념을 충실히 계승해 극우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다. 장마리도 최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마린보다 마리옹이 정치 지도자로 더 적합하다”며 그의 역량을 높이 샀다.
때문에 마레샬 르펜이 이모와의 노선 갈등 탓에 물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대선 기간 마레샬 르펜의 이름이 FN 예비내각 명단에서 빠져 불화설 추측을 낳기도 했다. 마린 르펜은 45년 역사의 당명 변경까지 공언하면서 총선 승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FN의 의회 의석 수는 마레샬 르펜을 비롯해 단 두 명뿐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FN이 강세를 보이는 남프랑스 지역에서 마리옹은 이미 마린의 아성을 뛰어넘었다”며 “그의 정계 은퇴는 극우정당의 많은 표를 빼앗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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