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원들은 남대서양 어느 곳엔가 분명히 살아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수색 종료 선언을 철회하고 계속 수색할 수 있도록 시급히 조치해 주십시오.”
‘폴라리스 쉬핑’사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실종된 지 43일째인 10일 오전, 실종된 한국인 선원 8명의 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수색 재개를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3월 31일 오후 11시20분쯤 ‘물이 샌다’는 메시지를 본사에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구명벌(구명뗏목)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8명 등 22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 1척에 선원들이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걸고 있다.
가족모임은 외교부의 일방적인 수색 종료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 공동대표 허경주(38)씨는 “아무 사전 협의도 없었는데 8일 낮 12시쯤 외교부에서 문자로 수색 종료를 통보했다”며 “해양수산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선사가 독단적으로 외교부에 수색 종료를 요청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종 초기 투입된 인근 국가의 군함과 군용기가 4월 중순 모두 철수한 뒤, 선사가 동원한 상선 1척과 예인선 1척이 수색을 이어갔지만 이마저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10일 이후부터는 직접 수색 없이 한국 관련 선박이 주변을 지날 때만 찾아보도록 선사가 요청하거나, 위성을 통해 특이점이 발견 될 때 수색을 하게 된다.
허씨는 “사고 해역 인근에 있던 남극 연구선 아라온호는 연구 수행을 이유로 (수색에) 투입되지 않았고, 위성을 통해 해수면 촬영이 가능했는데도 4월 21일 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아라온호는 사고 해역까지 오는데 한달 넘게 걸리는데다 연구 등 특수목적에 사용되는 배라 투입이 어렵다는 해수부 판단이 있었다”며 “미래창조과학부가 관할하는 아리랑위성 역시 사고 수색 용도로 곧장 사용할 수가 없어서 4월 7일부터 투입을 했다”고 말했다.
가족모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돕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청와대가 적극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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