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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외기술규제, 정부 지원 적극 활용해야

입력
2017.05.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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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방영된 TV드라마 ‘미생’은 불안한 초보 계약직 사원이 직장에서 겪는 애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다른 것만 보였다. 바로 대기업의 막강한 ‘인프라’다. 해외시장 분석부터 법 규제까지 필요한 정보를 자체적으로 얻고 현지 지사를 통해 바이어나 규제당국과 접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 베트남 생산공장 설립과 제품 수출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품개발, 생산, 영업 등에 전문인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무역환경도 예의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특히 요즘은 관세가 낮아진 자유무역시대라고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자국기업을 보호ㆍ육성하려는 수단으로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중소기업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당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중소기업이다. 쉽지 않지만 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R&D)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진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 어려움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품인증이다. 바이어가 있는데도 수출 대상국의 인증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험을 수출 중소기업이라면 어디든 겪었을 것이다.

당사도 수년 전에 베트남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 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현지어로 신청해야 하고, 현지시험소를 통해 시험 성적서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의 시험표준 및 기술적 요구사항, 인증취득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웠다. 이때 대기업 인프라 역할을 해준 곳이 바로 정부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이다. 표준원은 해외 주요국가의 시험·인증 등 기술규제 관련 정보제공은 물론, 기업의 애로해소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표준원의 도움으로 당사는 베트남 시장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2016년 8월 베트남으로 조명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에너지효율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우리는 다시 표준원을 찾았다. 당사의 애로를 접수한 표준원은 규제동향 파악과 대응수립에 나섰다.

전자제품 에너지효율인증 시 베트남 밖에 위치한 해외기업 공장에 대해서는 공장심사를 실시하지 않아 베트남 자국 내 기업과 차별적 요소가 있었다. 공장심사 유무에 따라 에너지라벨(정보표)의 인증유효기간이 달랐다. 공장심사를 받을 경우 2년, 제품시험만 받을 경우에는 6개월만 부여됐다. 따라서 공장심사를 받지 않은 기업은 6개월마다 동일 모델 샘플을 베트남으로 보내 재승인을 받아야 했다.

표준원은 베트남 정부에 공식서한을 보내고 현지 규제당국을 직접 방문하여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베트남 정부는 2016년 12월 에너지효율제도 개정 고시를 통해 공장심사 없이 제품시험만으로도 에너지라벨을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시험소의 경우 국제공인성적서(KOLAS 성적서)를 그대로 인정하고, 규제당국의 인증서 발급 없이 등록만으로도 에너지라벨을 부착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폭적 규제완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TBT 위원회에서 베트남 당국과 양자회의를 갖고 에너지라벨제도 개정 이후에도 기존 라벨은 유효기간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우리의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시험기관 활용, 인증취득 비용 및 시간 감소, 인증 유효기간 삭제 등으로 수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우리는 베트남 진출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해외 기술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어려워 말고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수출 애로사항 해소에 정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 중소기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형곤 보승전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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