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심을 지킨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아시아 프로축구를 호령해온 맹주 K리그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막판 2연승으로 기사회생한 제주 유나이티드 덕에 조별리그 전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뚜렷한 추락세는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중국ㆍ일본 클럽들에게 밀리는 데는 꾸준히 감소해온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제주와 수원 삼성은 각각 ACL 조별리그 최종 6차전을 치렀다. 이기면 자력 진출의 문턱에서 제주가 감바 오사카(일본)를 2-0으로 격침시키며 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쥔 데 반해 수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원정 경기에서 잘 싸우고도 2-2로 비겨 조 3위로 미끄러졌다. 수원은 앞선 홈 5차전(0-1 패)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을 확정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뼈아팠다.
10일 6차전을 남겨둔 전통의 명가 FC서울과 울산 현대는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돼 이번 ACL은 제주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전신인 부천SK 시절을 포함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이끈 조성환(47) 제주 감독은 "ACL에서 제주가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며 "16강 진출에 안주 않고 여전히 K리그가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감독은 애써 희망을 말했지만 K리그는 올 시즌 ACL에서 시작부터 불안했고 끝까지 위태롭다. 지난 몇 년간 K리그가 조별리그에서 이렇게 고전한 적이 없었을 만큼 힘든 시기에 처했다.
K리그는 조 1위만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2003년과 2008년 이후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전멸한 적이 없다. 토너먼트가 16강 체제로 자리 잡은 2009년부터 최소 2개 팀 이상이 진출(2016년 2개, 2015년 4개, 2014년 3개, 2013년 2개, 2012년 2개, 2011년 3개, 2010년 4개, 2009년 3개)해오며 터줏대감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승률 추이를 보면 K리그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있음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2014년 이후 K리그 팀들의 무승부를 뺀 합계 승률은 '0.687→0.588→0.412'로 급락하고 있다. 전체 성적표가 '11승 8무 5패(1위 1팀ㆍ2위 3팀)→10승 7무 7패(1위 2팀)→7승 5무 10패(2경기 덜 치른 현재ㆍ2위 1팀)'로 내용과 질이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3개 팀 모두가 16강에 올랐고 일본도 4개 팀 중 3개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K리그의 경쟁력 하락은 구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맨 탓에 그 동안 핵심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에 뺏긴 과정과 연결된다. 김기희(28ㆍ상하이 선화), 홍정호(29ㆍ장쑤) 등 국가대표 수비수들은 슈퍼리그에 몸담고 있고 정성룡(32ㆍ가와사키), 권순태(33ㆍ가시마) 등 골키퍼들은 대거 J리그로 떠난 것이 대표적이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한국 축구의 흥행을 견인해온 두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한준희(47) KBS N 축구 해설위원은 "꾸준히 감소해온 투자에 비춰보면 그 동안 선전해온 것"이라면서 "그런 흐름도 올해부터는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중국과 일본 프로축구 팀들이 전력을 상승시킨 데 비해 K리그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부실했다. 지난해까지는 꾸역꾸역 버텨온 것일 수도 있다. 그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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