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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치원버스 화재 참변, 아무도 돕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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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치원버스 화재 참변, 아무도 돕지 않았다

입력
2017.05.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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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에 불 붙어 대피 못해

운전자, 탈출로 만들려 한듯

버스 중간 통로서 발견

중국 최근 차량 통행량 급증

교통법규 무시하고 경찰도 방치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 잇달아

9일 오전 유치원등원버스가 추돌사고를 낸 후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등 12명이 사망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 타오쟈쾅 터널 사고현장. 웨이하이=연합뉴스
9일 오전 유치원등원버스가 추돌사고를 낸 후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등 12명이 사망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 타오쟈쾅 터널 사고현장. 웨이하이=연합뉴스

한국 유치원생 10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유치원 버스 교통사고는 터널 내 추돌사고로 발생한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지 못하고, 구호조치가 지연되면서 희생이 커진 참변이다.

쓰레기차 들이받은 후 화재 발생

웨이하이 현지 공안 당국과 주중한국대사관, 현장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웨이하이 중세(中世)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버스에 불이 난 시각은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9시. 등원하는 아동들을 태우고 웨이하이시 가오신(高新)구에서 출발한 버스가 환추이(環翠)구 환산(环山)로에 위치한 타오쟈쾅(陶家夼)터널에 막 진입한 뒤 앞서 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은 직후였다. 버스에는 중국인 운전사 외에 웨이하이 시내 곳곳에서 태운 유치원생 11명(한국 국적 10명, 중국 국적 1명)과 중국인 인솔교사 1명이 타고 있었다. 타오쟈쾅 터널은 시내에서 유치원이 있는 시 남쪽 경제기술개발구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으며 유치원과는 차로 약 15분 거리다.

버스는 터널 진입 후 300여m를 지날 때쯤 쓰레기 운반차량을 들이 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버스 앞쪽 출입문 인근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화재로 출입구가 막히자 어린이, 인솔교사, 운전기사는 버스에 꼼짝없이 갇혔다. 버스 앞쪽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차량 전체로 번졌고 버스 내부는 검은 연기로 가득찼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시작했지만 불길은 27분이 지나서야 겨우 잡혔다. 4~7세 유치원생들이 견딜 수 없는 긴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숨진 운전사는 탈출구를 찾으려 한 듯 버스 중간 통로에서 발견됐다. 칭다오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출입문이 불길로 막히자 운전사가 탈출로를 만들어 보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입문 화재ㆍ소방차 지체… 희생자 키워

단순 추돌사고가 12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로 확대된 이유는 탈출 통로인 출입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을 보면 연료탱크와 연료를 공급하는 라인이 버스 오른쪽 출입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근에서 불이 나면 유일한 탈출구가 막히고, 연기 때문에 유리를 깨는 것도 어려워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해 10월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발생, 사망자 10명을 낸 관광버스 교통사고와 유사하다. 당시 사고 버스는 오른쪽 부분이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 버스 아래 조수석 쪽 연료탱크에서 새어 나온 기름에 불이 붙었고, 기름 유출로 급작스럽게 차량에 불이 번졌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드레일에 출입문이 막혀 승객들이 차량을 빠져 나오지 못해 많은 희생자를 냈다. 차량 내에 유리창을 깰 수 있는 탈출용 비상망치 등이 없어 버스기사가 소화기를 던져 유리를 깨뜨려 일부 승객이 탈출하기도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유치원 차량에 탈출용 비상망치나 출입문 이외에 비상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목격자를 인용해 “사고 당시 버스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전해 차량 내 화재가 발생하자 어린 유치원생들은 속수무책으로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도 버스가 불이 붙은 상태에서 출입문 쪽이 터널 벽에 막힌 모습이 보인다.

사고 발생 시간이 러시아워라 소방차 출동이 지연된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소방당국에 신고했지만 출근 차량들로 혼잡한 도로를 뚫고 신속히 현장에 도착하기 어려웠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발화 후 10여분이 지난 뒤라 ‘골든타임’을 놓친 시간이었다.

일부에서는 터널 안에 차량들이 많았으나 누구도 화재진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 인근 차량에서 내려 구호조치를 하는 운전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고 이후에는 웨이하이 시장이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등원길 참변을 신속히 보도했다. 중화권 위성채널인 NTD TV에서 숨진 원아 가족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영리하고 똑똑한 여자 아이였다”라며 “부모가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나도 몇번이나 울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차량 통행량이 급증하면서 대형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교통당국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사고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에서는 (운전자들이) 교통 법규를 공공연히 무시하고 경찰도 이를 방치해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인용해 중국에서 매일 7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보도했다.

웨이하이=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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