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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유승민, ‘보수의 희망’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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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유승민, ‘보수의 희망’ 품다

입력
2017.05.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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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의 선거상황실을 찾아 승복 메시지를 발표한 뒤 당직자들과 포옹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의 선거상황실을 찾아 승복 메시지를 발표한 뒤 당직자들과 포옹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더불어 대선 이후가 더 주목되는 ‘승리한’ 패배자다. 의원 13명의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 사태를 거치며 바른정당은 오히려 ‘개혁 보수’라는 가치로 묶인 당으로 거듭났다. 소수 당의 한계를 딛고 한국 보수정당사의 새 길을 개척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붙든 화두는 ‘보수의 희망’이다. 친박계를 주축으로 드러난 수구 보수가 아닌 ‘진짜 보수’로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받겠다는 의지였다. 한 자릿수 지지율과 이로 인한 중도하차론에 시달리면서도 대선을 완주한 이유다. 9일 출구조사 결과 4위(7.1%)로 전망되자, 오후 11시30분쯤 여의도 당사를 찾아 발표한 승복 메시지의 핵심도 동일했다. 유 후보는 “개혁보수의 길에 공감해주신 국민 덕분에 바른정당과 저로서는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며 “소중히 키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문재인 당선인에게도 축하전화를 걸어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도 경청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당사는 숙연해졌지만 당직자들은 실망만 하지는 않았다. 유 후보와 함께 당을 만든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고, 의원들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뜻에서 박수로 결의를 다졌다고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전했다.

유권자들에게도 유 후보는 ‘보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 계기가 됐다. 진보 진영의 심 후보가 선거 기간 중 유 후보를 향해 “수구 보수가 퇴출되고 따뜻한 보수와 정의당 같이 합리적인 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면 국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정치가 될 것”이라고 ‘응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선거막판에 집단 탈당사태를 겪으면서 바른정당이 20석의 ‘턱걸이’ 원내교섭단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다당제 하에서 충분히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단 탈당사태로 보수의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차별화한 보수의 대안 정당이 된다면 새 정부 하에서도 협치의 파트너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당사에서는 드물게 바른정당이 가치를 중심으로 뭉친 보수당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 교수는 “유 후보와 바른정당이 개혁보수의 어젠다를 내세우며 신 보수 세력으로 뿌리 내린다면, 결과적으로 좌우의 건전한 경쟁을 자극하면서 우리 정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선거 실험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포털사이트나 TV, 신문에 싣는 전통적 광고를 포기하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홍보 동영상과 카드뉴스를 유통시키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폈다. 유 후보의 거의 모든 유세는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됐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처음 시도한 대본 없는 ‘스탠딩 토론’은 본선에도 도입, 활용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유세를 마치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유세를 마치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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