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언론들은 9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승리했다”며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외신은 문 당선인의 압승 소식과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실시된 초유의 ‘조기 대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북ㆍ대미기조 변화와 부패 청산, 정치ㆍ경제 분야의 개혁 가능성 등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AFP통신은 이날 자정쯤 문 당선인이 승기를 굳히자 ‘압도적 승리(Landslide win)’로 표현하며 “한국이 박근혜 전 정부에서 훼손됐던 민주주의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파면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거센 반발로 혁신계 문 당선인이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문 당선인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됐다”고 긴급 속보로 전했다.
해외 언론은 특히 최근 점증하는 북한 핵위협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 등을 감안해 안보정책 및 대북ㆍ한미관계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한반도 위기가 고조돼 외교정책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과반을 득표하지 못한 만큼 어려운 임무를 떠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당선인은 북한과 중국에 보다 우호적이고 미국에는 신중하다”고 했고, AFP는 “보수정권이 지배했던 한국이 문 당선인의 등장으로 북한 및 핵심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전벽해’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신뢰 구축과 협상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문 당선인의 입장을 소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노선 충돌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BBC방송도 문 당선인을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인물로 묘사해 한미관계의 균열을 시사했다.
일본 NHK방송은 “문 당선인은 일본에 눈에 띄게 엄격한 발언을 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받아 들여지는 수준의 합의를 거론하고 있다”며 일본군위안부 재협상 논의가 한일관계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부패 척결과 경제난 극복 등 만성화한 ‘한국병’의 치유를 전망하는 매체도 많았다. 한국 대선을 ‘새로운 출발’로 규정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문 당선인은 정치 신뢰 회복과 높은 청년실업률로 침체된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스캔들 탓에 한국민은 문 당선인을 깨끗한 후보(clean candidate)로 판단했다(CNN)” “북한 관련 이슈보다 유권자들은 경제, 일자리, 사회투명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BBC)” 등 문 당선인이 내치(內治)에 보다 비중을 둘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도 문 당선인의 당선 확정 소식에 예의주시하며 한국과의 협력관계 지속을 약속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한미 양국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새 대통령과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앞서 “미국은 한국의 새 대통령과 건설적이며 깊은 협력관계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며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역내 안정과 안보를 위한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외무성을 통해 “일본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대통령 당선을) 마음으로부터 축하한다”며 “가능한 빨리 차기 대통령을 뵙고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할 날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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