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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적폐청산” 각인시키고, 호남ㆍ중도층 포섭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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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적폐청산” 각인시키고, 호남ㆍ중도층 포섭 ‘결정적’

입력
2017.05.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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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 원동력 분석

19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유세에 입장한 뒤 엄지를 들어 인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9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유세에 입장한 뒤 엄지를 들어 인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는 야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가장 선명하게 부각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문 당선인이 지난 2012년 대선 패배를 거울 삼아 권력 의지를 새롭게 다지면서 호남의 지지를 회복하고 보수 진영의 단골 의제인 성장담론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한 것도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①적폐청산으로 진보진영 결집, 성장담론으로 중도층 확장

문 당선인은 지난해 말 불붙은 탄핵정국에서 적폐청산 이슈를 선점한 뒤 대선 레이스 내내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진영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이분법적 논리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이를 통해 일찌감치 유권자들에게 ‘문재인=적폐청산’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어내 탄탄한 승리의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다. 문 당선인 캠프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9일 “촛불정국 때부터 문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적폐청산의 단호한 의지가 정권심판 요구가 커진 유권자들의 열망과 맞아 떨어진 게 오늘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3사의 심층 출구조사에서도 후보 선택 이유 중 부패ㆍ비리청산이 20.7%로 가장 많았다.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중도층 확장 문제에서도 한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승리의 결정적 한 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출범을 신호탄으로 경제 정책의 기조에 성장 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정책 지평을 넓혔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리멸렬해 있던 보수 진영의 틈새를 파고 들어 중도보수층에도 통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공격적으로 어필한 것이다. 문 당선인 정책 참모인 홍종학 선대위 정책부본부장은 “성장담론을 제시해 중산서민층의 호응을 받아 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②호남포비아 극복, 캐스팅보트 충청 장악

지역적으로는 야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호남의 지지를 회복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4ㆍ13 총선 당시 호남발 국민의당 돌풍은 결과적으로 문 당선인에게 약이 된 셈이었다. 신년 벽두부터 광주 무등산을 찾아 대권 포부를 밝히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동선대위원장단에 전윤철 감사원장(전남 목포)과 김효석 전 의원(전남 장성), 김상곤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광주) 등 절반을 호남 인사로 채운 것도 총선 때 느낀 위기감의 발로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호남 지지를 끌어낸 것은 문 당선인 승인이자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호남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충청 민심을 장악한 것도 문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날 초반 개표 결과에서 문 당선인은 충남과 충북, 대전, 세종 등 충청권 전역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에 쏠렸던 민심을 되돌리며 중원 장악에 성공한 것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③강해진 권력의지와 내부 결속

무엇보다 문 당선인 본인이 2012년 대선과 달리 강한 권력 의지를 보이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것이 결정적 승인이 됐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친노의 좌장이자 문 당선인을 가장 오래 옆에서 지켜 본 이해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문 당선인이 지난번엔 억지로 끌려 나온 후보였는데, 이번엔 본인이 주도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2년간 국회의원을 안 하면서 후보에만 매진해 왔다”며 “책임감과 권력의지는 확실히 강해졌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당선인의 환골탈태한 권력의지는 내부 결속으로 이어졌다. 2012년 대선과 달리 백의종군을 자처한 의원들이 전국에서 문 당선인 승리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뛰어들었다. 문 당선인의 당 장악력이 커지고 내부 결속력이 강해지면서 과거 선거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돌발악재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문 당선인도 이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소감을 통해 “원로 당원들부터 젊은 당원들까지 국민들 마음을 얻기 위해 그야말로 절박하게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해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 내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호남과 보수층 표심 사이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해 적폐청산 이상을 요구하는 중도 유권자들이 조기에 문 당선인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 막판 보수결집을 노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적폐회귀 이미지만 부각시켜 오히려 심상정 정의당 후보로 흩어지던 진보 진영 표심을 문 당선인으로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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