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돌풍’에 불안한 출발
경선서 안희정 신드롬 누르고
안철수 호남 바람도 잠재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도전 6개월은 번갈아 가며 도전장을 내민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대세론을 수성(守城) 한 시간으로 요약된다. 문 당선인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권교체의 열망을 바탕으로 확고한 지지층을 구축했던 반면, 여러 경쟁자들은 ‘반문 정서’에 편승하다 보니 심한 부침을 겪다가 결국 문 당선인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문 당선인은 대선 1년 전까지만 해도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가 불확실했다. 지난해 5월 둘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당선인은 18%의 지지로 4ㆍ13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0%)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이후 새정치를 원하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반기문 바람’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문 당선인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도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2012년 대선에서 48%의 득표율로 아깝게 대권을 내줬던 후보라는 점에 비춰보면 확실히 순탄치 않은 행보였다.
고전하던 문 당선인은 지난해 말 터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변곡점으로 확실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촛불민심이 거세지고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로 문 당선인이 꼽혀 본격적인 대세론이 형성된 것이다. 문 당선인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9일 “조기 대선을 이끌어 낸 촛불정국이 문 당선인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문 당선인은 신년 벽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에 등극하며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세론이 굳어질수록 경쟁자들의 만만치 않은 도전도 계속됐다. 우선 임기를 마치고 연초 귀국한 반 전 총장이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으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잇따른 실책과 지지율 하락으로 귀국 한 달도 안돼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 문 당선인으로선 한 고비를 넘겼다. 반 전 총장을 고리로 연초부터 부상한 이른바 ‘제3지대 반문(反文) 연대론’의 동력도 사실상 소멸됐다.
외풍이 잦아들자 이번엔 내부 도전에 맞닥뜨렸다. 반 전 총장 사퇴 이후 표류하던 중도보수층에게 어필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급부상한 것이다. 특히 안 지사가 문 당선인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며 ‘안희정 신드롬’까지 일으키자 문 당선인 측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문 당선인 캠프 관계자들은 “친노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도전자라는 점에서 안 지사가 지지율 한 자릿수 차이까지 좁혀올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문 당선인 턱 밑까지 추격하던 안 지사의 기세가 ‘선의’ 발언 파동으로 확 꺾이면서 문 당선인은 60% 이상의 득표율로 당내 경선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본선 무대에 오르자 마지막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5년 전 대선에서 손을 잡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당내 경선 효과로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킨 뒤 보수층에서도 ‘반문 대항마’로 떠올라 양강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호남 표심과 보수층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던 데다 TV토론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으며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 한 때의 위협에 그치고 말았다. 선거 운동 기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도 재차 불거져 문 당선인의 안보관이 도마에 올랐지만, 도리어 진보 진영이 문 당선인으로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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