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 앞두고 강릉ㆍ도계 산불
2000년 총선 목전엔 역대 최대 피해
20년 간 선거 있는 해 산불 6건 발생
9일 오전 산림 327㏊를 태우고 진화된 강릉 성산면, 삼척 도계읍 산불은 1996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피해를 남겼다. 특히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작된 이 불로 인해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대형 산불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강원 영동지역의 징크스가 재현됐다.
9일 강원도 산림당국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가장 큰 피해는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강릉과 동해, 삼척, 고성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진 산불에서 발생했다. 당시 무려 축구장 3만2,000개에 해당하는 산림 2만3,138㏊가 잿더미가 됐다.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입었고 건물 808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농민들이 자식처럼 기른 가축 6,068마리를 잃는 등 재산피해가 1,072억 원에 달했다. 당시 화재 원인이 담뱃불 등 입산자 실화로 조사돼 안타까움이 컸다.
앞서 1996년 4월 23일 고성군 죽왕마좌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간 이어지며 산림 3,762㏊를 태웠다. 이 사건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군 사격장 폐탄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이 불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데, 5년간 79억 원이 들었다.
2004년 3월과 4월에는 강릉 옥계산리와 속초 청대산에 산불이 나 각각 430㏊, 180㏊를 태우고 20억 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05년 4월 5일에는 양양 강현면에서 큰 산불이 발생, 천년고찰 낙산사가 화마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강원 영동지역 산불은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유독 많이 발생했다.
고성 죽왕마좌리 산불이 일어난 1996년은 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였고, 역대 최대 피해를 안긴 2000년 동해안 4개 시군 산불은 16대 4ㆍ13총선을 엿새 앞두고 발화했다
1998년 4월 강릉 사천덕실리와 2004년 양양, 강릉산불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 일어났다. 강원도 산림당국 관계자는 “몇 주전부터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조마조마 했는데, 원치 않는 징크스가 재현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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