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이 초대형유조선(VLCC)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조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으로부터 VLCC 4척을 수주했다. 2척은 건조 주문이 확정됐고 2척은 옵션으로 포함됐다. 전체 계약금액은 3억2,000만달러(약 3,625억원)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를 맡아 2019년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의 VLCC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선사 BW사와 4척의 수주 계약(계약금액 3억3,479만달러ㆍ2019년 인도 예정)을 마친 데 이어, 그리스 선사 캐피탈 마리타임과 최대 8척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투자의향서는 통상 선사가 발주 전 조선소와 먼저 체결하는 것으로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으면 대부분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 투자의향서에는 4척의 VLCC 건조와 옵션 4척이 추가로 포함될 전망이다.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VLCC 발주량은 전 세계적으로 14척에 불과했는데 올해 1분기에만 12척이 발주됐다. 2분기에도 발주가 이어져 최근까지 30여척이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한국 조선사가 수주한 VLCC가 3분의 2에 달한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 9척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4척, 삼성중공업 4척, 대우조선해양 3척 등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VLCC 수주 실적은 총 20척이다. 이들 조선사가 체결한 건조의향서가 모두 본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최대 40척으로 수주가 늘어난다.
최근 VLCC 발주가 늘고 있는 것은 선박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국제 유가, 동남아 지역 정유공장의 신규 가동 등도 VLCC 발주 증가 요인들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VLCC의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은 8,000만달러 선까지 하락해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 가격이 오르는 등 조만간 선박 건조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선가 최저점인 올해가 발주 적기라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노후 선박 교체 등의 이유로 지난해에 비해 VLCC 발주가 많이 늘었는데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고루 갖춘 한국 조선사에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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