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을 표방하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에 압승,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크롱의 당선으로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거세졌던 반(反)세계화, 포퓰리즘, 극우주의의 물결은 일단 진정됐다. 영국과 EU간 브렉시트 협상이 개시됐지만, 르펜이 주장하던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흔들리던 EU는 프랑스와 독일을 구심점으로 결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은 득표율 66.1%(2,075만3,798표)로, 33.9%를 득표한 르펜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3.8%로, 2위 르펜 (21.5%)에 간발의 차로 앞서면서 함께 결선에 진출한 마크롱은 결선에서는 예상대로 2배에 달하는 표차로 르펜을 가볍게 제쳤다. 마크롱은 현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 사회당 정부의 경제장관 출신이자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예로, 지난해 4월 앙마르슈를 창당해 불과 1년 여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올 12월이 지나야 40세가 되는 마크롱은 현행 프랑스 5공화국 출범(1959년) 이래 최연소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마크롱은 출구조사 결과 당선이 확실시된 7일 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서 EU 국가(國歌)인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오늘 밤 프랑스가 승리했다. 다음 5년간 그 누구도 다시 극단주의자를 뽑지 못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공식 승리연설을 했다. 르펜은 패배를 시인하면서 “거대한 도전에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당선인 신분이 된 마크롱은 8일부터 올랑드 대통령 공식일정에 동행했으며, 올랑드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14일 권력을 공식이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국민투표’로도 불렸던 프랑스 대선에서 EU와의 협력을 필수적이라고 보는 마크롱이 당선됨으로써 EU 분열을 우려하던 국제사회는 한시름을 돌린 모습이다. 각국 정상들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이 될 에마뉘엘 마크롱의 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당선 축전을 보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당신의 승리는 강력하게 단합된 유럽과 독일 프랑스 우호친선의 승리”라고 전했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르펜이 30% 이상의 득표를 하는 등 프랑스의 정치지형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크롱 당선은 예측가능한 승리였다”면서 “9월 독일 총선이 남아있지만 마크롱의 당선으로 유럽통합의 큰 흐름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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