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예지중ㆍ고 박 모 전 이사장 겸 교장의 유족들이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황인호 대전시의회 예지정상화특위위원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예지재단 박 전 이사장의 유족들은 8일 대전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 교육감은 2015년 2월쯤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측근을 재단 행정직원으로 채용하라고 강요했다”며 “직원정수 문제로 곤란해 하자 학칙을 개정하면서까지 채용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이 설 교육감의 강요로 채용했다고 주장하는 A씨는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설 후보 캠프에서 일정팀장을 맡았다. 설 교육감 당선 직후에는 박대범 대전시교육감인수위위원장의 수행비서 역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가 당초 5급 채용을 요구했지만 재단 인사 규정상 9급으로 발령 내자 적은 급여 등에 불만을 품고 두 달여 만에 그만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족들은 “A씨에게 행정업무가 주어지긴 했지만 업무 경험이 없어 재단은 A씨를 재단 기획 이사 밑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게 했다”며 “학교의 숙원인 자가건물 확보와 관련해 A씨에게 대전의 한 초등학교 분교를 확보하는 일을 맡겼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설 교육감의 측근을 통해 A씨의 이력서를 받았고, 관련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퇴직하자 설 교육감이 불만을 표하고 보복행정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특히 “설 교육감은 예지재단과 예지정상화추진위원회 간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하지 않은 채 정상화추진위 편에 서서 권한을 남용하고, 재단 이사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역설했다. 황인호 위원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기반을 둬 진상을 조사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은 “유족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 교육청 측은 “우리 교육청은 예지중ㆍ고 사태와 관련해 유족들이 주장하는 어떤 것도 강요하거나 언급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사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은 학사파행 해결을 위한 관련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이었으며, 임시 이사 선임은 재판부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예지중ㆍ고에선 박 전 이사장의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학사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극심한 내부 갈등이 이어졌다. 시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박씨 등 이사 전원 승인을 취소했고, 이사진은 ‘이사 취임 승인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3월 초 1심에서 패소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말 “비리 횡령이 없음에도 너무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실종됐다가 4월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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