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은 극우ㆍ포퓰리즘 정치가들의 득세로 분열위기가 고조되던 유럽을 결속과 통합의 길로 돌려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인수합병전문가로 일했고, 경제관료를 지내기도 했던 마크롱은 EU가 상징하는 자유무역ㆍ문화적 다원주의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행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반(反) EU 입장을 내세운 극우파 르펜과 극좌파인 장 뤽 멜랑숑 후보 두 사람이 도합 40% 이상 득표하는 등 프랑스 정치에서도 반세계화ㆍ반 EUㆍ국수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결국 프랑스 국민들은 유럽통합론자인 마크롱을 지도자로 선택했고, 당분간 그에게 힘을 몰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크롱 당선이 EU의 안정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이 친 EU 성향이지만 선거기간 중 투자위기를 겪는 EU 회원국을 위한 별도의 유로존 예산 편성, 재무장관직 신설 등 개혁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EU 리더격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이런 개혁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독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마크롱 당선에 일제히 축하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이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대승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마크롱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축전을 보내 “양국 관계를 튼튼하고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선거기간 중 마크롱을 공개지지했으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직접 전화통화를 하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를 선택했고, 가짜뉴스의 폭정에 ‘노(NO)’라고 말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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