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75)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대통령의 불행은 곧 국민의 불행이다. 다시는 대통령과 국가가 불행을 겪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탄핵 대통령’을 보좌했던 소회를 밝혔다.
한 실장은 대선 하루를 앞둔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돌린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떠나며’라는 퇴임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한 실장은 “비록 이 길이 어렵고 험난한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과 ‘국가를 위해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한 실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이원종 전 실장에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맡았다.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신 비서실장이라는 이례적 경력을 가진 한 실장은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른바 ‘옷 로비 사건’으로 국정이 흔들릴 때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비서실장을 맡아 국정을 수습하는 일에 일익을 담당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혼란을 하루 속히 수습해 국론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개월 동안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저의 충정 어린 생각과 노력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대통령이 탄핵 되고 끝내는 구속이 되는 불행하고도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새 정부는 국민의 큰 사랑과 성원 속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지만, 한 실장은 차기 정부 인수인계차 10일에도 청와대에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