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영의정을 8번이나 지냈던 문신 최석정(1646~1715)의 초상화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관복인 녹색 단령을 입고 관리가 쓰는 검은 모자인 오사모를 착용한 채 앉아 있는 최석정의 모습을 묘사한 최석정 초상과 함을 보물 제1936호로 지정했다고 8일 밝혔다. 최석정이 앉아 있는 의자에는 표범 가죽이 걸쳐져 있고, 최석정은 정3품 당상관 이상만 사용하는 쌍학흉배에 정1품 관료만 맬 수 있는 코뿔소 뿔 장식 허리띠인 서대를 착용하고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의 화평을 주장한 최명길(1586∼1647)의 손자인 최석정은 숙종 때 영의정만 8번 역임했다. 소론의 중심인물로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추구했고, 9차 마방진을 고안하는 등 수학자로서 업적도 남겼다.
최석정 초상은 전주 최씨 명곡 종중이 2014년 1월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목구비의 윤곽을 선으로 그렸고, 물을 칠한 뒤 마르기 전에 채색해 번지도록 하는 선염법을 사용했다. 서양 화법에서 유래한 음영법을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17세기 공신 도상에서 보이는 다소 경직된 신체표현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워지는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18세기 초상화”라고 설명했다. 7월 30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여량 상가교서’, ‘신여량 밀부유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41’도 보물로 지정됐다. ‘신여량 상가교서’와 ‘밀부유서’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과 함께 싸운 신여량(1564~1605)에게 선조가 내린 문서다. ‘상가교서’는 선조가 1604년 신여량을 정3품 당상관인 절충장군에서 종2품인 가선대부로 승진시키면서 내린 교서이고, ‘밀부유서’는 이듬해 전라우도수군절도사로 부임하는 신여량에게 보낸 명령서다. ‘밀부’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일종의 징표로 ‘밀부유서’는 임진왜란 후 왕의 군사명령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 두 보물은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능엄경’은 중국 원나라 승려 유칙이 이전의 주해를 모으고 자신의 주석을 단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간행한 ‘능엄경’ 주석본은 대개 송나라 스님 계환의 주석본인 데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책은 보존 상태도 좋아 보물로 지정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1455년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찍었으며 10권 3책으로 구성됐다. ‘초조본 화엄경’은 고려시대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불경으로 전체 80권 중 41번째 권이다. 해당 권은 현재 유일하게 남겨진 자료다. 두 불경은 영남대가 소유하고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