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성병(性病)의 일종인 매독환자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지난 4일에는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매독 퇴치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나설 정도다.
CDC의 핵심부서인 ‘성접촉감염병(STD)예방국’의 게일 보란 국장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과거 크게 하락했던 매독환자가 10여년전부터 증가 추세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병의 차단을 위해 모든 미국인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란 국장은 “최근 매독 환자는 남성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잘못된 성접촉으로) 보균자인 엄마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매독에 감염되는 아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CDC에 따르면 항생제 보급으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매독 환자는 10만명당 3명(남성기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급증, 지난해에는 15명까지 늘었다. 특히 남성 동성애자의 감염자 비율은 이성애자 남성보다 106배나 높고, 여성 이성애자와 비교하면 168배에 달할 정도이다.
매독 환자비율은 대도시일수록 높다. 환자비율이 특히 높은 필라델피아의 지역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매독 창궐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필라델피아 지역 CDC를 인용, 2016년 이 지역에서 보건당국이 확인한 매독 환자(925명)가 전년(682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매독 환자 급증의 이유를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 약화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서 찾았다. 다양한 치료제의 개발로 에이즈 감염에 따른 사망 확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성병을 예방하는 콘돔 사용량이 함께 줄어들었고 결국 매독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 공포가 옅어져 비위생적이고 비정상적인 성관계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필라델피아 공공보건국의 캐롤라인 존슨 부국장은 스마트폰이 매독 확산의 또 다른 주범이라고 믿고 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일대일 만남을 주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매독 위험집단이 손쉽게 익명의 파트너와 접촉하게 되면서, 폭발적인 환자 급증이 뒤따랐다는 주장이다. 존슨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거주 동성애자들의 경우 3분의 2 이상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파트너와 접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들에게서 발생한 매독이 지난해 전체 환자 증가 폭의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주디스 오도넬 전 필라델피아 성병예방국장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진 접촉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병의 예방과 확산을 막는 추적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전체 공동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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