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주 다문화 중도입국학생들
질문 쏟아내며 학구열 불태워
“선생님, 저요! 내가 먼저 손 들었어!”
한창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5월 황금연휴인 6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다문화교육센터에서 열린 한국어교실은 아이들의 학업열기로 뜨거웠다. 이태희(27) 강사의 “조사 ‘-은-는-이-가’는 이렇게 써요. 발표해볼 사람?”이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앞다퉈 손을 들었고 결국 가위바위보로 발표자를 뽑아야 했다.
이들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온 ‘중도입국학생’들이다. 중도입국학생은 부모 가운데 1명 이상이 외국인인 다문화가정의 학생 중에서도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한국으로 입국한 아이들이다. 경남에는 320명(다문화가정 재학생 약 7,740명) 가량의 중도입국학생들이 초ㆍ중ㆍ고교에 재학 중이다.
이날 수업은 경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다문화센터의 ‘찾아오는 누리보듬 한국어교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토요교실에는 모두 14명의 중도입국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는데 이날 출석한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5명이었다.
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조사를 붙이는 게 어려운 문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예카(13ㆍ여)양이 ‘나는 개 좋아한다’고 쓰자, 선생님이 웃으면서 조사 ‘-를’을 붙여줬다. 참여위주의 수업이라 아이들은 발표시간이 끝나가는 걸 애석하게 생각했다. “1분 남았다”는 선생님의 알림에 학생들이 “조금만 더 주세요”하며 초조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주말을 마다하고 수업에 나온 이유에 대해 허일로나(13ㆍ여ㆍ우즈베키스탄)양은 “한국어와 문화를 잘 알아야 한국 생활을 잘 할 수 있다”며 “한국어를 능숙하게 한 뒤에는 중국어 등 다른 외국어도 공부하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했던 이태희 강사는 “2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내용들도 수업시간에 부담스럽지 않게 아이들에게 전하는 등 꿈 많은 아이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29일 ‘다문화교육센터 토요교실 개강식’을 갖고 다문화가정과 중도입국학생들을 위한 한국어교실(주중반, 주말반)을 열었다.
창원=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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